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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소설 전기축음기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유머소설 전기축음기 유-모어小說 電氣蓄音機
종    류 콩트 콩트
필    자 최영수 崔永秀
출처정보 조광 朝光
연    도 1939-10 昭和十四年十月
면    수 324 324
기사
1
나도 물론좋와하였지만 안해는 더욱축음기를 좋와하였다 그럼으로 안해가 유달리도 축음기를 좋와한다는 그 새로운 성격을 나는 이상하다거나 별났타거나……하고 유난스럽게 보지않었다. 나나 안해가 저울에단것처럼 음악을 좋와했고 그래서 재작년 섯달그뭄께 내 상여금에다 안해의 저금한것 五十원을 덧붙여서 의기양양하게 악기점을 찾어가 코가 읏슥해서 일금 일백팔십원째리 전기촉음기를사서 돈을주고는 영수증을 받고 도라설때 나의안해는 바루 하눌의별이나 딴것처럼 눈을마주치며 어깨를 으쓱-했든것이다. 그래서 모서다놓은 전기축음기가 매일같이 안해의손에서 기름걸래의 세례를받어 광선이 잘들지않는 마루에서도 번쩍어리도록 길이든것이다. 그래서 결혼한지 一년밖에않되는 안해와 나에게 둘도없는 귀염둥이로되어 여룸엔마루에 겨울이면 행여나 출세라 안방에-이렇게 간직하여오기를 조곰도 계을리하지않기는 오히려 누구나 무관심하여서는 아니되는 가장 큰 보물이었다.
어느날 드러온지 얼마않되는 식모가 과일그릇을 이 전기축음기우에다 놨다고 안해가 악을 썼다. 그것이 동기가되여 안해와 식모사이는 점점 고양이와 개사이로 변하였고 얼마안되어 식모가 보따리를 싸들고 뺑손이를 친것도 따지고본다면 그때문이었다. 또 혹 식모가 주발이나 대접같은것을 깨트리는것쯤 안해는 용서할수있어도 전기축음기에 손톱만한 흠을 내는날이면 저기압의 급격한 배치변동을가저오는 기상의급변으로 천둥과번개가 동시에 일어나는것이었다--안해는 그렀두록 전기축음기를 애꼇다 사랑하였다.
이러한 안해의 행동과 성격을 나는 조곰도 배격하지않었다. 그것이 안해의 병적신경질이라거나 일종의괴벽이라거나 또는 허영심의발로라고 생각하기는설레나 역시 안해의 그러한 심정과 행동에 항상 동감을 갖이고있었든것이다. 그래서 만일 안해가 그망큼 축음기에대한 정성을 나타내지않었다면 그대신 내가 그이상의 정성을 다하였을것이라고 나는 응당생각하였다.
둘이서 가튼마음으로 삿기도하거니와 결혼한지 一년이 조곰넘었건만 아직도 안해는 애밸것을 잊은것처럼 무심한 이가정에 전기축음기는 장남격으로 귀염을 독차지하고 만것이다.

2
월급날이되면 내 사무실문앞에는 十여명의 채권자가 웅성거렸다. 찬장앞에서 기웃거리는 고양이의 눈모양으로 그들의 눈은 이사무실안을 떠러지는 월급봉를투 노리고 있는것이었다. 그러나 그많은 집금원들속에 나를찾는 청구서는 오직 한장밖에없었고 그 한장이라는것이 레코-트상회에서 온것이었다. 다른 동료들은 술값이니 설넝탕값이니 책값이니 양복값이니 하야 왼갓잡동산이 청구서가 十여맷식팔목을 끌고 졸랐지만 나는 다만 한장의 레코-드값청구를 청산해주면 그날일은 간단히 처리가 되는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내 신세를 퍽으나 행복스럽게 생각하였고 그래서 동료들앞에 자랑하였다. 그들은 나를 부러워하였다. 행운아라고도 불러주었다.
점심은 꼭 집의 식모아들이 갖다주는 찬합을 먹었고 시간이되어 퇴사를하면 한눈팔줄도 모르게 집으로 급행을하기를 벌서 一년이나 실행해오는 나를 동료들이 부러워하는것도 무리가아니지만 나자신으로서도 이러한 나의생활에 만족하지않을수 없었다.
그러한 동료들중에서 오직 B군만은 오히려 나를 인생초년병이라고 조롱하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석달을 놀다가 결혼을하고 결혼한덕택에 안해의 외삼촌되는이가 취체역으로있는 이회사에 입사를 하게되고 그리고나서 나의 일과라는것이 집과 회사일을 하루에 한번 왕복하는것밖에 없는……이것을 B군은 노골적으로 내앞에서 빈정거렸다. 그럴적마다 나는 B군의 말을 웃어버렸다. 그것은 B군의 빈정거리는소리가 내귓속에도 채두러오기전에 다만 행복스럽다 느끼는마음의 저-한끝을 살작건드리고 마는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생각하면 그때의나를 정당히 본사람이 오히려 B군밖에는 없었다고 생각하건만 그때의 나로서는 그의말속에 내자신을 비처볼만한 마음의여유가 조곰도 없었든것이다.

3
『레코-드』! 나와 안해사이에 불어가는 재산이라곤 이것뿐이었다. 월급날이면 항용 二十원이란돈을 『레코-드』상회에 바첬다. 『레코-드』상회에서는 없지못할 단골이라하야 월보를 보내는둥 명곡감상회의 초댓장을 보내는둥하였고 그런것을 받을때마다 안해는 옷을갈아입고 내가 회사에서 나오기를 기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구두도 못벗고 끌려나왔으며 그날은 적어도 다섯장이상『레코-드』를 아니사가주온날이 없었다. 그러면 안해는 한종일 그『레코-드』를 틀고있다가 내가 도라오면 멜로듸-에대한 비평을 쏟아놓았다. 어느날이든가 아마 그날이 몹시 칩든때 반공일이었다보다. 열두시가되자 서랍을장그고 사무실을나와 부리나케 집으로 도라오니 대문소리만나면 쪼차나오든 안해가 보이질않었다. 이상히 생각할 겨를도없이 뛰여들어가니 무엇인가 방안을 어수산란히 느러놓고 그가운데 앉아서 안해는 느껴울고있었다. 그리고는 나를본안해는 다시 대성통곡을 하는것이었다. 사연을알고보니 『레코-드』를 정리하느라고 방바닥에 느러놓았다가 방바닥이 더운탓으로『레코-드』한장이 오그라젔다는 것이었다. 나는 안해를 달래고나서 그 뒤틀린『레코-드』를 걸어보았다. 바이올린쏠로가 탱겼다 끊어지는 고무줄 모양으로 앵앵거렸다. 그럴수록 안해의 우름소리는 다시 뒤를이어 흘렀기때문에 나는 그『레코-드』를 꺼내어 팽개를치고 그길로나가서 그곡조를 새로사다 놓고서야 둘이서 저녁을먹었고 안해의 얼굴에 알팍한 미소가 솟았든것이다.

4
이듬해 회사가 망해버렸다. 안해의 외삼촌이 파산을 당하고 그통에 회사는 경매를 당했다. 그래서 비통한 해산식을하고 도라오는 그시간부터 나는 실업자가 되였다. 『레코-드』회사에도 한 五十원가량 빗이있었지만 다만얼마식이라도 그것을까나갈길은 꼭맥히고말았거니와 또한 새 『레코드』를 살형편도 못되였다. 틀였든 『레코-드』를 매일 되틀어서 뒷바닥소리까지 겸처나올형편에 이른지도 어느새 석달이되었다. 직업은 나와 절연을 한듯이 해진뒤로는 도라오질않었다. 그래서 넉달째되는날에 안해의손에서 금반지가 날러갔고 실업일년만에 내양복은 한벌도없었다. 전당질을하면서도 한장식이나마 맛보든 『레코-드』가 수입금지령을 받은지도 두달이되였고 그리자 또 두달이못되여 어느친구의 소개로 『레코-드』백장을팔아서 한달용과 양식을 팔아쓰게까지되였다. 이러고보니 축음기에대한 안해의 정은 점점 무섭게 뜨거워갔고 그보다도 앞서 내눈초리는 가끔 말없는 축음기를 노려 밀린집세 청산을 꿈꾸게된것이었다.
이윽고 축음기가 최후의운명을 짓는날이 왔다. 벌서 여덜달치가 밀린집세라 집주인은 더참지못하는 최후의 발악을 퍼부었고 자기 집세를 받기위해서 전기축음기 살사람까지 데리고와서는 집세얘기보다 축음기매매를 중매하였다. 거이 一년이 넘는 실업에 마비는 되였으나 그래도 아직껏 세상을 연한열무같이 씹고살려는 나에게 이 난관을 돌파할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전기축음기를 내주었고 그사람은 집쥔에게 돈을치렀다. 안해는 빗지도못한 머리카락을 얼굴우에 허트린채 골방에서 햇슥한 자기얼굴을 직히고 있었고 나는나대로 방에들어가 누은채 그날은 저녁을 굶었든것이다.

5
취미의 전부를 잃는다는것은 너무나 큰비극이었다. 이튼날 아츰 골아떠러진 윤신이 다시는 이러나지못할것처럼 방바닥에 느러부터있는데 누구라 대문을 흔든다. 행여나 비극의다음날 아츰에바라는 기적이 온것이나 아닌가하고-그것은 참으로 막연한 욕망이었다-벌떡 일어나 나가보니 뜻하지 않을손-B군이었다.
반색으로 마저드렸다. 가죽가방을 든 그의 손에는 뚜렷이 무슨 직업을 캣취한 굶은힘줄이 조각되여 있었다. 신발을 벗기위하야 수겨젔든 머리를 처든 B군은 마루의사각(四角)을 칙량하는 눈알을 굴렸다.
『축음기 도락 여전하신가?』
『………으……음』
나는 입에다 쌈을무른채 말대답하듯 우물거렸다. 그리고 내딴에는 영리한것처럼 『그래 요새 재민 존가? 어대 취직한모양일세그려! 거 어듸 나도하나……』
『하하하……』
『농담이 아닐세 농담이 아냐!』
『자네야 내외분이 전기축음기 하나만 있으면 산다고 그렇지 않었나!』
『그게 말일세……』
『웨?』
『그 전기축음기란놈이 여지껏 이 집속에있드니 이번엔 전기축음기속에 이집이 드러앉고말았다네!』
『대채 자네말을 알아드를길이없쟎나?』
『집세 밀린통에 내죄를 대신하야 축음기가 팔려갔단 말일세!』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실배암같은 담배의 연기와연기가 남의속모르고 정다히 새끼를꼬을뿐.
B군은 조곰있다 갔다. 그는 자기 명함에다 연필로 몇자적어서는 자기가 도라간담에나 보라고하면서 갔다. 나는 무심한눈으로 명함의 사연을 읽었다.
=레코-드값을 받으러왔다 말못하고 물러가네=
명함을 도리케보니 ××樂器社集金員이라하였다.
비극의 이튼날에는 반듯이 히극이 온다는철리-.
터덜거리며 뷘손가방을 그대로 들고갈 B군을 생각하는 내얼굴에도는 웃음은 필시 고소(苦笑)였을게라. 나는 이제는 영원히 못이러날것처럼 방바닥에 쓰러젔다. 이웃집으로 피신했든 안해가 달려오며
『누구요? 뭐 존일이나 생겼우?』
『-응』
『아이구! 좋와! 그 당신의 응소리가 마치 치쿠노바이젤의 G線을 퉁기는 소리같구려! 그럼 인제는 다시 전기축……』
한푼은 올려뜨기조차 힘드는 눈까풀을 살쭉퍼서 안해의 표정을 보기는봤는데 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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