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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이인선 씨 금의환향기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성악가 이인선 씨 금의환향기 聲樂家李寅善氏錦衣還鄕記
종    류 대담 對談
필    자 일기자 一記者
출처정보 조광 朝光
연    도 1937-06 昭和十二年六月
면    수 76 76
기사
音樂都市미라노에서聲樂修業三年間

[사진] 李寅善氏와 知人

音樂의 本고장 伊太利에서 三年동안이나 그 빛난才操를 닥고 天才聲樂家라는 指稱을 받온후 얼마前 錦衣還鄕한 李寅善氏를 그의 自宅으로 찾었다. 그의 三間마루에는 伊太利에서 건너온 짐짝이 여기저기 버려있어서 어데인지 異國의 냄새를 뿜고있고 도는 漆黑의「피아노」가 아름다운 沈黙을 지키고 있어서 몬저 記者의 눈을 끌게하였다. 親切한 氏의 案內를받어 안房으로 들어가니 氏를 맞고저 夫人이 정성으로 꾸며노흔집은 보기에도 아담하거니와 새로 도배한 房과 새로만드러놓은 방석과 보료는 夫人의 主人을맞는 즐거운心情을 엿보기에 넉넉하였다.
記者는 두분을 바라보며
『얼마나 즐거우심니까?』
하고 말문을 열었드니 부인은 붓그러운듯이 얼굴을 붉히고 李氏는
『글세요. 別로 몰우겠는데요』
하고 快活히 웃음을 석거 對答하신다.
『언제 朝鮮을 떠나섰나요』
『昭和九年가을에 朝鮮을 떠났읍니다』
『伊太利땅을 처음 밟으실때에 무삼滋味있는 에피소드가 없읍니까?』
『글세요……』
氏는 그 날카러운눈에 상양한 웃음을띠고 잠간 고개를 숙여 무었을 생각하시드니
『뭐 別것은 없지만 이야기는 만습니다. 처음 스에스運河를 넘어 地中海를 지나 『나포리』에 들어가니 참말 좋두군요. 나포리라는말은 여러번 들었고 伊太利民謠에 도나포리를 보고죽어야한다는 노래도 있는데 여간 아름답고 깨끗하지않어요. 활둥같이 굽어진港口 橄欖나무 고흔잎새 紫金色으로 빛나고 古代野外劇塲같이 山과 언덕으로 얼켜있는 나포리는 南歐의 한폭 그림이라고하여두 過言이 안입디다 그리고 港口뒤에는 스비오火山이 높이 소사있어서 煙氣가 펑펑 쏘다저나오고 밤이면 불빛까지 뻘거케 뵈입디다. 참 壯觀이야요』
『정말 좋은求景하섰군요. 그래 나포리에 下陸하신후에 이야기는 없읍니까?』
記者는 氏의말하는 未知의나라를 마음으로 그려보며 한거름 다거앉었다.
『別이야기가 다 있지요. 처음 나포리停車塲에서 『미라노』行 車票를 삿려구. 그러나 伊太利말이란 배에서 한달동안 冊을가지고 배운것이라 그 程度는 不聞可知지오. 그래서 「아까보」에게 짐을 지어가지고 改札口를 나가지안습니까? 그런데 票찍는놈이 짐이크니 못간다고 야단하며 짐을 貨物로 붙이라구 그러는구뇨. 時間은 急하고 어데할수가 있어야지오. 더구나 짐도 조고마한 것인데 그자가 너머 괘씸해요. 그러나 할수있나요. 잘 몰으는 伊太利말로 손짓을 하여가며 哀願했드니 저편에있는 「아까보」가 이상하게 눈짓을 하두군요. 그 눈짓이 돈몇푼주라는 눈치가 아니겠읍니까, 그래서 一圓한장을 쥐여주었드니 아무말없이 通過시킵디다. 어찌나 不快하고 화가 나는지오』
『伊太利엔 아직 文明하지못한 쌍놈들이 많군요』
『참 港口에는 그런놈들이 많은가봐요』
房안은 잠간 웃음에 잠겼다가 氏는 말을계속하여
『또 있지오. 그래 겨우 「미라노」行車에 올랐드니 이번엔 「아까보」란놈이 뛰여오며 앗가주신돈은 十 「리라」가 아니오 一「리라」라고하며 새빨간 거짓말을하고 돈을 또 내라고 그러는구뇨. 그때에는 나도 화가 나서 「十리라」짜리한푼을 꺼내여 내가 네게 이런돈을 줫지 一「리라」를 주었드냐? 너는 눈도없고 良心도 없드냐고 소리를 질렀드니 그때에야 그놈이 머리를 글거며 잘못했다고 그만 도라갑디다. 참말 도적놈들이야요』
『참 어이가 없는데요』
『그래서 나는 伊太利에 下陸하자 印象이좋지못하였읍니다』
이때記者는 夫人이 정성끗 만드려오신 차를 한잔마시고
『그래 그후는 어찌하섰읍니까?』
『로마에서 車를 밧궈타 가지고 『미라노』로 갔지오. 그러나 누구하나 아는사람도없고 또는 紹介狀도 없어서 어데가 어데인지 알수없두군요. 참말 앞이 캄캄합디다. 그래서 할수없이 日本領事舘을 찾어가서 사정이야기를하고 井上領事의 紹介로 「宇佐다리오」라는 사람을 맞났지오. 그이는 아부지는 伊太利사람이오 어머니는 日本사람을 갖인 반종인데 「미라노」에서 피아노를 專門으로 硏究하는사람입니다. 참말 그이에게서 많은 신세를 젔어요』
氏는 夫人이 따라주는 차를 한잔마시며 말을 계속하여
『그래서 그이에게 모든 事情이야기를 다하였읍니다 나는 학비로 넉넉치못하나 二三年間 聲樂을 공부할 터이라고 그랬지오. 그리했드니 그이는 매우同情하여 그의 아는下宿으로 引導하여 줍디다 그 下宿이 『미라노』에서 가장싼 下宿인데 한달에 百六十圓式주기로 作定하고 처음으로 짐을 풀었읍니다』
氏는 아직두 그때記憶이 새로운지 광채가 가득한 그의눈에 잠간 검은 거림자가 지나간다.
『그다음에는요?』
『그래 그이에게 聲樂先生을하나 紹介해달라고 또 간청했지오』
이때 氏는 건넌방으로 건너가 사진을 한뭉치 가저온다. 寫眞이 어찌많은지 數百張되는모양이다.
『아이고 웬 寫眞이 이렇게 많습니까?』
이때 氏의 夫人이 말을 가두받어
『여기서도 사진을 많이보내였으니까요』
梨花保育을 나오신 氏의夫人은 매우 明朗하고 자미있다. 아마 水陸三萬里를 새에두고 두분사이에는 편지와 사진이 着實이 왔다갔다한 모양이다. 氏는 사진을 골라
『이先生입니다. 「알푸레트․체키 라고하는분인데 꽤 유명한 先生이지오. 伊太利에서 유명한 「질리안」「그란다」의 두歌手를 길러내인 훌륭한 분이죠. 그리고 伊太利에서는 歌手로 出世하려면 大部分이 個人敎授를 받는다고합디다. 그것은 樂理니 和聲이니 뭐니하고 學校에서 오랜世月을 보내는이보다 몬저 목소리부터 배우는것이 捷徑인 까닭입니다』
氏는 여기까지 說明하고 잠간 말이 끊어진다. 氏는 눈을 들어 天井을 바라보시드니 다시 유모러한 表情이 얼굴에 떠올으며
『글세 처음 체키先生한테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그랬군요. 그랬드니 그럼 伊太利말로 노래를 하나 해보라구 그리두군요. 옆에 學生들두 있고 좀 거북하나 배심좋게 朝鮮서 하나 배워두웠든 노래를 했지오. 그랬드니 先生이 듣고나서 목소리는 아직 골우지못하나 有望하다고하며 곧 工夫하게 됐읍니다』
『그래 伊太利말은 어떻게 배우섰읍니까?』
『下宿에서 主人마님하구 實地로도 배우고 冊으로도 배우고 또는 말이되든 안되든 音樂先生과 늘 이야기를 하게되니까 얼마아니하여 普通會話는 하겠두군요. 그래서 四五個月이 지난後엔 꽤 잘하게됐지오. 商店에가면 伊太利사람들이 너는 東洋사람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伊太利말을 잘하느냐고하며 너는 어려서부터 伊太利에서 生長하였느냐고 그러두군요. 참말 朝鮮사람이 語學재조는 있나봐요. 나는 이것을 나倜人보다도 朝鮮사람의 才操라고 생각했읍니다』
氏의말은 매우 점잖고 겸손하다. 記者는 고마운말이라고 찬양하고 話題를 돌려
『그래 聲樂공부하시든 成績은 어떠하였읍니까?』
『참 처음은 어려웠읍니다. 京城을 떠날때에는 나自身도 多少自信이 있었고 또는 친구들도 너는 伊太利만가면 다못 曲調만 蒐集하고 一二年단녀오면 그만이라고들 하였지만 정작 와서보니 내목소리와 技藝는 아직 어린애같어서 문제가 아니두군요. 그래서 체키先生에게 一年동안이나 每日 정성끝 배웠으나 점점 어려운듯하고 앞이 캄캄하였읍니다. 어떻게하여야 좋은소리가 나고 그소리가 아름다워지고 고아지느냐? 音樂이니만치 文字그대로 목소리마다 喜怒哀樂을 表現하여야하는데 다시말하면 목소리에對한 表情이지오. 이것이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聲力을 올리고 넓히고하는데 三四個月을 虛費하였읍니다 참 처음은 苦生했죠-』
氏의얼굴에는 오히려 그때생각이 남었는지 緊張한 빛이 지나간다. 記者와 氏는 차를 한잔式 마섰으나 夫人은 차가 식었다고 걱정이시다.
『그래 미라노가 착실이 큰都會인가요』
『암 크지오. 人口가 百十萬이나 되는데요』
『그게서 朝鮮사람이란것을 아는이가 있읍디까?』
『朝鮮서 生糸와 고초를 많이 輸出하기때문에 좀 上流階級에서는 잘 알두군요. 그런데 미라노에는 聲樂個人敎授가 二千名가량이나 되고 참말 聲樂市塲입디다 器樂은 둘재야요……』
이렇게 雜談을 느러놓았으나 氏는 조곰도 질력이아니 나시는지 여전히 愉快하고 明朗하게 對答하여주신다. 氏는 말을 계속하여
『그래서 체키先生에게 一年동안 배운후에는 카톨로先生을 찾어서 또 그이에게 敎授를 받게되였지오. 先生은 各各 特長이 있으니까요. 例를 들면 목소리를 强하게하는사람-즉「트람마틱테너」와 목소리를 柔하게하는사람等이 있는데 이 카톨로先生은 목소리를 强하게 내는사람입니다. 이先生에게 四五個月배우고 다시 世界的歌手「스키퍼」를 내인 「에밀리오․피콜리」를찾어서 그이게서 亦是 五六個月공부했읍니다. 이先生은 聲樂에 對하여 코취를 잘하는사람인데 外國弟子들이 많지오. 그후에는 「알바테쯔」라는 歌手를 찾어가서 一年동안이나 공부했읍니다. 그이는 現在 伊太利 名歌手입니다』
이때 氏의 아드님이 房으로 드러와서 응석을 부린다. 氏는 불이야 불이야 그애를 밖앝으로 내여 쫓고 계속하여 伊太利에서 三年間지내는동안에 가장愉快한記憶으로는 「세부란스」에있든 李有慶醫師를 맞나 滋味있는이야기를 하든것이라고 말슴한다. 事實外國에서 故國사람을 맞나는것은 여간기뿐일이아니오 普通사람으로는 想像키도 어려운일이라고한다 記者는
『그래서 伊太利에서 音樂會에 演出하신일이 있읍니까?』
『있지오. 二三次있었읍니다. 한번은 「미라노」에서 伊太利民謠를 노래했드니 아주歡迎이두군요. 東洋놈이 웽글하고 깔보았으나 상당히하니까 아주 야단법석을하며 앵콜앵콜하며 拍手를합디다』
하고 그때記憶이 오히려 새로운지 얼굴에는 『푸라우드』한 빛이 지나간다. 氏의말을 둘어보면 日本內地의名테너 藤原義江氏가 「밀라노」에 왔을때 한번 노래를 들려달라고하여 그이앞에서 獨唱을 하였는데 그이말이 그만했으면 安心하고 歸國할수있다고 말하드라고한다. 그리고 藤原氏가 領事舘에 가서 李氏는 참말잘한다고 하였다는말을 那終 그便에서 듣고 적지않게 愉快하였다고 말슴한다. 記者는
『三年동안이나 그렇게 배우서서 잘하시는 노래를 이번 朝鮮에오서서 夫人께 한번 들려드린일이 있읍니까?』
하고 유모러스한 一問을 보냈드니
『허허 아직 못들려 주었읍니다』
하고 웃음으로 말끝을 흐린다. 氏의 부인도 고개를 숙이고 즐거이 웃으신다. 記者는 夫人을 바라보며
『三年동안에 着實이 각급하섯겠지오』
그러나 얼굴을 붉히는 夫人대신에 李氏는
『아마 着實히 苦生한 모양입니다』
『그럼 이번에 어떤선물을 가지고 오섯나요?』
『네 伊太利사람들이 技工을 잘하기때문에 반지를 하나 사가지고 왔지오』
하고 미안하게도 부인의손에 끼여있는 반지를 벗겨 뵈이신다. 얼른 바라보니 비록 적기는하나 光彩가 찬란한 金剛石반지이다. 記者는 三年間 괴로운生活도 그반지하나로 넉넉히 갑고 남우리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氏를 바라보았다.
『伊太利사람들이 처음에는 나뿐듯하드니 차차 交際해보니 매우 좋두군요. 率直하고 親切하여 모다 藝術家타입지오』
하고 말슴한다. 氏의 말을 들어보면 그후에 로마 폼페이. 나포리等地를 求景단였는데 나포리에 가서는 前에 一圓을 더받어먹든 不良鐵道員이 또一圓을 더받어먹으려는것을 한번윽박어주고 혼을내여 복수를 하였다고 말슴한다. 記者는 또 話題를 꺼내여
『伊太利旅行中 가장 자미있는風景을 본일이 있읍니까?』
하였드니 氏는 기다렀다는듯이
『참 좋고 이상한곳을 구경했어요. 쏘렌토란곳도 좋지만 나포리越便 카푸리島에있는 『그롯다 아주라』라는 洞窟은 참 別有天地두군요. 배를타고 가면 絶壁에 조고마한 구멍이있는데 그구멍으로 배를타고 겨우 드러가면 크다란 周圍가 있고 그곳에는 五色의 『네온』같은 파란물이 銀珠같이 흐르두군요. 그물에 손을 넣으면 손이 銀칼같고 船夫가 옷을벗고 물에 뛰어들어가면 꼭銀魚같두군요.』
하고 愉快이 말슴하신다. 氏는 歸國할때 伯林을 들러 그곳에있는 朝鮮學生들을 맞나보고왔는데 不遠間 京城에서 音樂會를 여실터이라고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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