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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제명 씨의 음악행각기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현제명 씨의 음악행각기 玄濟明氏의音樂行脚記
종    류 대담 對談
필    자 일기자 一記者
출처정보 조광 朝光
연    도 1937-05 昭和十二年五月
면    수 84 84
기사
歐米二十餘國을돌아
博士榮位얻기까지

[사진] 玄濟明氏

昨年봄에 朝鮮을떠나 約一年동안이나 歐美各國의 音樂界를 視察하고 얼마前 歸國하신 玄濟明氏를 그의新村 自宅으로 찾게되었다. 먼저 應接室에 들어가니 華麗한 피아노가 이집의 王者인듯이 버티고있고 그 피아노우에는 노랑개나리가 한무껌 花甁에 꼰처서 봄날을 웃고있다. 그리고이편壁에는 모쟛 쇼팡 슈벨 베토펜等 世界的樂聖의 寫眞이 이쪽을 노리고있다. 記者는 玄氏를 맞으며
『오래간만에 歸國하시고……그래……』
말끝을 마치지못하고 人事兼玄氏를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웃었더니 玄氏는
『뭐 그렇지오. 그저……』
하고 그역 나의싱거운 質問을 우물우물 넘기고만다. 氏는 歐美를 巡廻하며 많은 滋味를 보섰는지 얼굴이 좋아지고 살이 찌섰다. 記者는
『그래 이번에 다니신곳은 어데어데 입니까?』
하였더니 氏는 그 시원한 얼굴에 明朗한 美國式 웃음을 띄우고
『美國을 둘러 英國 獨逸 佛蘭西 白義耳 瑞西 伊太利 오스트라리아等地를 다녀왔읍니다. 아니 참 가나다두 다녀왔지오 그리고 美國서 第一오래 있었읍니다』
하고 對答하신다.
『참 여러곳도 다녀 오섰군요. 그래 얼마만에 다녀오신 셈인가요』
『글세요……』
玄氏는 記者의 이突然한 質問에 暫間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昨年三月에 떠났었으니까……』
하고 婦人을 바라본다. 婦人은그런것은 내가 第一잘안다는 듯이
『三月은 웨 四月一日에 떠났지오. 그리고 지난二月二十三日에오섰는데……』
하고 婦人亦是 점잖은 웃음을웃으신다.
『아 그랬든가……』
玄氏도 따라 웃으신다. 同行한 崔貞熙氏. 記者. 그리고 玄氏의집안 따님들까지 한바탕 따라웃었다.
記者는 웃음을 끊치고
『歐美 視察中 만나보신 사람들은 大槪어떤분이십니까?』
『途中에서 만나본사람 말입니까?』
『아니오 音樂家로서 相當한 地位를 가진 사람들 말입니다』
『네……』
玄氏는 잠간 그무거운입을 다물고 생각하더니 말을 계속하여
『美國 「시카코」에서는 스탁이라는이를 만나 뵈웠지오. 그는 交響樂 指揮者인데 樂界의 重鎭입니다. 그는 古典音樂을 좋아하고 現代音樂은 찬성치 않두군요. 그리고 뉴욕에서는 로렌스, 티벳트라는분을 뵈웠읍니다. 그는 美國出生인데 聲樂家이오 매우 젊은사람입디다. 그는 經濟的으로 收入이 많어서 百萬長者이지마는 점잖을 빼지않고 칼레지 뽀이같이 活潑이 놀두군요. 그外에 옛날 朝鮮에 왔든 그라이슬라를 만났는데 그는 人格者이지요. 바이올리니스트로 많이 活躍한 사람인데 그는 아직두 自己技術을 信任치않고 熱心으로 技術을 硏磨하고 硏究하는 모양입디다. 검소하고 진실하고 매우 인상이 좋읍디다. 그리고倫敦에서는 삐첨이라는 분을 뵈웠는데 그는 英國서 卿이라는 벼슬까지 한분이지오. 그는 交響樂 指揮者입니다』
氏는 수건으로 이마를 씻으신다. [사진] 巴里公園의玄氏
『그래 歐美로 音樂行脚을 하섰으니 무슨 珍奇한 선물이나 가지고 오섰읍니까?』
『끄란드 피아노한個 사가지고 왔지오. 상당이 좋은것입니다』
氏의 얼굴에는 잠간 滿足한 웃음이 지나간다.
『그 피아노는 어데있읍니까?』
『아직 仁川에서 到着되지 않었읍니다』
『그럼 저 피아노는 팔으시겠읍니까?』
『암 팔지오. 그러나 이번 사온 피아노는 一平生가질 작정입니다.』
『그럼 그 피아노는 뉘에게주는 피아노입니까?』
『뉘게 주다니오 내가 내게 주는 선물이지오……』
하고 氏는 自己손으로 自己心臟을 가라치며 허허웃으신다. 記者도 따라서 한바탕 웃고
『그래 婦人에게는 어떤 선물을 가지고 왔읍니까?』
『時計하나 사가지고 왔지오』
『어린애들에겐요?』
『그림冊을 各한卷式 사다주었읍니다』
이때記者는 婦人이 가저온 차를 한잔마시고
『그래 이번 旅行中에 무엇이나 크게 感激하신것은없읍니까?』
『네-많지오 그러나 무엇보다도 外國의山水가 모다 좋지못한것입니다. 우리들이 많이 모르고 또는 詩에 그림에 많이 禮讚한 따늅江말입니다. 나는 퍽이나 좋은줄알고 가봤더니 웽글이오 참 失望했읍니다. 시뻘건 진흙물天地두군요. 그래서 나는 그곳사람에게 音樂家 요한스트라가 뿔류이라고 이江을 말하였는데 웨이렇게 뻘거냐고 하였더니 그들은 詩人이나 音樂家는 모다 거짓말하는놈들이라고하며 이江은 언제나 황토빛이라고 말합디다. 朝鮮의 山水같은곳이 없어요』
『그럼 金剛山같은 景致는 朝鮮밖에 없게요』
『암 없고말구요. 어림없어요. 金剛山 같은곳을 어데가 봅니까. 伊太利는 좀 나으나 그리 신통치않습디다. 그리고 제네바도 좋기는 좋으나 그리 훌륭치않어요. 地中海라고하면 極히 좋은줄로 알었더니 우리 朝鮮의 東海岸만 못해요. 그 雄壯하고 自然스럽고 아름다운맛이 東海岸을 따를곳이 없두군요』
『그럼 朝鮮이 第一이게』
『암 朝鮮같이 좋은곳이 世界에 다시없두군요』
이때 玄氏와 記者는 기쁜지 슬픈지 暫間 어떤 感激에 잠겼다가
『이번旅行中에 世界樂壇의 傾向으로 무엇이나 보신것은 없읍니까?』
『네 한가지 말하자면 音樂文明은 歐羅巴에서 美洲로 移動하였다구 볼수있두군요. 獨逸에서 배척을받은 유대人과 外國人들이 모다 美國으로가고 또는 伊太利와 佛蘭西의 音樂家들이 大槪 收入關係로 美國으로 가니까 美國의 樂壇은 참말훌륭하두군요. 그대신 歐洲의 樂壇은 좀 쓸쓸한듯해요』
『그러면 音樂家들도 돈이구려』
『암 돈이지오 돈이여요』
記者는 暫間 世上에 어데든지 돈이 웨이렇게 勢力이 많은가하며 뚱단지같은 생각을하고 말을 끊었더니 玄氏는 말을 계속하여
『美國의 메트로포리탄같은 劇塲은 참말 굉장하두군요. 그 設備의 完全이라든지 그技術이라든지 참말 놀랐읍니다. 歐洲에는 그런劇塲이 없읍디다』
記者는 다시 氣運을내여
『이번旅行中에 가장 嘆服하시고 부릅게 생각하신것은 없었읍니까?』
『많었읍니다. 그中에 美國은 어데를가든지 市마다 百名以上의 樂隊가 十餘個所式 있어서 設備도完全하고 또는 月給도 市에서 주두군요. 그리고 시카코같은곳에는 音樂學校가 百餘校나 있어요. 全朝鮮에 音樂學校하나없는 朝鮮에比하면 天壤之判이여요. 웨 부릅지안습니까?』
氏는 記者를 바라보고 暫間 말을 끊젔다가 말을 계속하며
『美國에서는 音樂없는곳에서는 밥두 먹지않두군요. 音樂이 곧 生活입디다. 食堂같은곳에두 바이올린켜는사람이있고 피아노치는 사람이있습디다. 그들은 音樂을 趣味나 娛樂으로 생각지않고 곧 生活로 생각하니까요. 어데든지 音樂이있고 音樂學校가 있지오』
『그러면 旅行中에 가장 不安과 不快를 느끼신일은 없읍니까?』
『네 別로없읍니다. 그러나 旅行中 가장 不安을느낀것은 巴里나 로마같은곳에 가게되면 一流호텔로 案內하는데 주머니가 든직하지못하니까 못가겠다고는 할수없고 참말 不安하였읍니다. 하루밤만지내면 四十圓以上이나 쓰게되니까요』
『그러면 돈十萬圓이나 씨섰읍니까?』
이때 玄氏는 입을 쩍버리며
『웬 十萬圓이 뭐입니까 돈萬圓이나 썼읍니다』
『그러면 가장 不快하신일은요?』
『네 꼭한번 있었읍니다. 東洋사람이 美國만 가면 대개 中國사람으로 아는모양인데 내가 필라델피아에서 汽車를타랴니까 案內하는 사람은 나를촬리라고 불우두군요. 촬리라는말은 胡人놈이라는말인데 여간 분하지않어요』
이때 氏의婦人은 빙긋이 웃으며
『당신이 胡人같이생겼으니까……』
하고 방울을 단다. 玄氏는 말을 계속하여
『그래서 나는 그 案內人을 한바탕 닥가세웠지오. 이놈 그래 내가 어째서 胡人놈인줄 아느냐. 또는 아무리내가 中國人이라 假定할지라도. 너는 驛에서 案內하는놈이 胡人놈이 뭐냐고 야단을치고 那終에는 너같은놈은 목을벤다고 그랫지오. 자 그러면두말할것없이 驛長 한테로 가자고 그래뜨니 그자가 아주 잘못되였느라고 謝罪하두군요.』
이때 婦人이 男便의 그氣槪를 믿음직하다고 생각하였는지
『저이가 朝鮮서두 電車안에서 車掌을 번쩍하면 잘닥가세우니까요』
하고 우스신다. 記者도 웃고
『이번 歐美에서도 獨唱을 여러번하섰다지오.』
하고 記者는 속으로 氏의노래를 생각해보고 또는 집에서 틀든 氏의레코드소리를 連想해보았다.
『美國에서도 近二十回나 하였지오. 쌘틀두이쓰에서는 五千餘名이나 모여서 大歡迎을 받었읍니다. 그리고 뉴욕放送局에서 放送도하였는데 그放送局은 여기와 달라서 放送劇塲을 만들고 그기서 放送을합디다. 그러면 라디오로 듣는사람도 있지만 어떤사람은 극장에와서 放送者의 얼굴도보구 또는 박수두하두군요.』
『참 그기 좋은데요. 거기는 누구나 無料入塲인가봅디까?』
『아니 그劇塲은 招待券을 가진사람만이 간다고합디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記者는 다시 氣運을내여 旅行中 가장 滋味잇는곳을 본데가 어데냐고 물었드니
『伊太利南部에 쏘랜토란곳이 있지오. 海岸近處인데 퍽 물이 이뿌고 맑두군요. 그곳 호텔에 내가 드러가니까 내가간방은 作曲家 베르디가 자고쉬고 밥먹은 곳이라하며 그이의 寫眞까지 있읍디다. 그이가 잔방에서 그이가 잔침대에서 고요히 눈을감고 누우니까 참말 感慨가 無量하두군요. 그리고 슈벨이 비에나市外 그린징이란 酒店에서 짚시人과 싸우며 야단한일이 있는데 나亦 그酒店에가서 술을한잔 마시며 슈벨을追想해보니 滋味가 꽤 좋습디다.』
하고 氏亦 그때를 回想하는듯이 얼굴에 잠간 화려한빛이 지나가다 記者는 좋은塲面을 보섰다고 찬양을하고 다시 話題를돌려 무삼 이상야릇한것을 보신것이 없느냐고 하였드니
『뭐 別것이 없읍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伊太利에서본 事實이지오. 내가 생각하기는 伊太利는 相當한 文化國으로 생각하였드니 아주 생각과는딴판이두군요. 한번 劇塲에갓드니 觀衆이 어찌 떠드는지요. 모자버서라 앉어라 이놈아 잔소리말아하며 辱질에 잔소리에 여간 떠들지않두군요 그리고 軍人들도 劇塲에서 야단이여요 그게 比하면 朝鮮의 優美舘은 들 떠드러요 아주 야만的입디다』
이때 玄氏의 아드님과 따님은 氏의 무릅에 또는 가슴에 기여올으며 氏의 넥타이를 잡아다리고 뺨을 만지고한다. 氏는 이들을 한손에 하나식안고 다시말을 계속하여
『한가지 滋味있는것은 伊太利프로란스에서 본것인데 四層꼭대기에서 어떤女子가 창문을 열어제치고 꾀꼬리같은 소리로 노래를 하두군요. 그노래가 여간곱고 流暢하지않어서 나두 한참 서서드렀지오. 그랬든니 한참후에 바구니에 줄을 달아 땅으로 내려보냅디다. 그러니까 그노래를 듣든사람들이 그 바구니에 돈을 얼마식 집어넣읍디다 나두 멫푼 집어넣었지오. 그다음 바구니는 다시 四層으로 올라가며 다시 아름다운노래를 하두군요 여간 風景이 좋지않어요』
『참 職業치고는 詩的이군요』
『암 그럴듯한 職業입디다』
『또 滋味있는 이야기가 없읍니까?』
『암 또있지오 伊太利에서는 시굴을 좀 다녀보았는데 어린애들이 六七人이 떼를지어가지고 호텔앞에와서 노래를 하두군요. 애들이라두 여간노래를 잘하지않어요. 그러면 웃層에서 손님들이 돈을던저줍디다. 그리고 거지들두 여간 노래를 잘하지않어요. 참 歐美에는 노래하나 하지못하는사람은 없는가봅디다』
『또 없읍니까?』
『글세요……』
記者의 질력나는 질문에 氏는 좀 말이 마키는지 손으로 머리를 긁드니
『또하나 있지오 하하』
『하하』
氏도웃고 記者두 한바탕 웃었다. 氏는 말을계속하여
『英獨伊佛의 巡査들이 꽤 滋味있고 좋두군요. 그들을보면 그나라의 國民性을 잘 알수가 있읍디다. 英國순사는 길을물으면 오든 자동차 가든자동차를 모다 머치고 공순이 禮를하고 길을일러준후 그사람이 간후에야 다시 自動車들을 돌려보내두군요. 그러나 獨逸巡査는 그러치않어요. 길을 일러준후에 그이가 가려면 그를 다시불러내여 일러준말을 똑똑이아느냐고 말해보라고 하두군요. 英國人의 紳士的임에 對하여 獨逸人은 매우 確實的이야요. 그리고 佛蘭西巡査는 길을물으면 웃는낯빛을 가지고 어디어디로 가라고 친절이 일너주어요, 매우 明朗해요 그러나 伊太利巡査는 길을물으면 몇마디 일러주고는 다시 물으면 골을내며 神經質을 부리두군요. 아주 그들의 태도가 滋味있읍디다』
『참 滋味있군요』
『千萬에……』
여기까지이야기하고 記者는氏의집을 떠나게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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