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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한 그 여자, 그 남자―꿈같이 다녀간 그이 그림자―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배반한 그 여자, 그 남자―꿈같이 다녀간 그이 그림자― 背叛한그女子, 그男子―가치단녀간그이그림자―
종    류 수기 手記
필    자 복혜숙 卜惠淑
출처정보 삼천리 三千里
연    도 1936-02 昭和十一年二月
면    수 99 (99)
기사
첫사랑!
말만드러도 지금에나로서는 생각하기어려울만치 아조 멀고먼- 세상일갓슴니다 지난날이나 지금이나 별노 다른성격(性格)을가진것도아니고  생활에 변천이 잇섯든것도 안임으로 별달니 더재미잇섯든일도 업스며 아서 눈물을흘니며 생각할 아조 애끈어지는일도 업슴니다
그러나 애써서 생각하고 끄집어내자면 한가지쯤업지도안슴니다 마는- 나이어리고 경험이업섯든만큼 나의취한태도가 하도우수웟섯든 까닭에 누구에게나 말은아니하고잇섯서요 십여년지난 지금에야 숨겨두엇든 묵은 얘기쯤 쓴다구 나자신(自身)에 그리 슈치(羞恥)될 일도 아니며 도리여 드르시는이에게 두고두고 화제(話題)가 될줄암니다
× ×
지금으로보터 열두해전일인가함니다 토월회(土月會)가 지나고 내가 조선극우회(朝鮮劇友會)에잇슬때이니까 그때야 먹고 자고 연극을하는것이 나의매일 일과이엿슴으로 별노 다른세상에일은 맛볼수도 업섯스며  나自身도 일부러 딴세상을차즈랴고도 안엇스므로 말하자면 연극인(演劇人)으로서 일생을 보내겟다는 아조단순(單純)한 主觀밋헤서 살아나갈때엿슴니다
洋에 東西를 물론하고 우리들에게는 성명을몰으는사람들에게서 갈피잡지못할편지가 만히옴니다 그러나 한장아니라 백장이 온다구해도 다만 그이들에 호의를 마음으로 감사할뿐이요 한장도답장을 못쓰게됨니다 남의호의(好意)를 외상으로보고마는것이 안된일인줄도 잘암니다마는 하도만히오는걸 이루 답장을쓸틈이업서요 그야外國에유명한 俳優들갓치 비서(秘書)가잇서서 모든일을 보아준다하드라도 어려울노릇인데 공사(公私)의생활이 풍족 (豊足) 지못한 우리들노서야 나一身의일만으로도 날마다 밀녀잇는형편에 어디겨를이 잇슴니까 그뿐아니라 답장을하고 십흘만치 감격한 편지가더러잇서도 그런편지만 한(限)해서 주소(住所)성명(姓名)이 꼭 업스니 그야말로 남대문입납이지 어디다 답장을 함니까 그러나그때에 내 주목(注目)과 흥미(興味)를가지게한일이 잇섯스니 그것은 날마다 만히 드러오는편지중에 C라고쓴이에게 서오는편지를 보면 흔이쓰는 그림조희나 봉투가아니라 흰겹봉투 보통편지지에다가 쓴것으로 그문장(文章)에 세련(洗鍊)된 맛이라든지 그의 주옥(珠玉)갓흔 필치(筆致)가 나로하야금 두번세번 겁퍼서읽도록하는 알수업는 매력(魅力)을 가젓서요 그리하야 세번혹은 네번에 한번쯤 답장을 쓰든 내가 날이가고 달이감을따라 날마다-그리고 편지만으로는 도저히 내가슴속을 그릴수가업스니 만나보자는 의사(意思)가 일치되엿섯스니 그동안에 심정(心情)은 잘 짐작하실것임니다 그는 지금말노 모던타입이요 얼골도 남의게뛰여날만치 내마음이함 쏠녀서그랫는지는 모르겟스나 한가지는 안해가업구 돈이업는사람 그러타구 안해를 어드면 굼기거나 벗기거나 할사람도아니지요 이여러가지가 내마음을 얼고 얼거서 꿈속갓치 일년, 이년, 훌떡지나가구 삼년이되든 그이듬해임니다 어느극단을따라 지방순회(地方巡廻)를 가게되엿서요 한때라도 엽흘떠나기 실치만 엇점니가 그새이 혹 한달 두달 갓다오기도하엿지만 늘 떠날때 마음과 맛날때 마음이란 이로형언(形言)할수가업섯슴니다 유독 그때에 내마음이란 맛치한번가면 다시 못도라올길을 가는것갓헛스며 특별히 애가탓슴니다 그러나 어차피내몸을 연극에밧첫스며 내마음을 그이에게 밧친인상 길이 멀고 갓갑고 시일(時日)이 문제가아니요 다만서로 마음만이 진실(眞實)하면 고만이지하고 미덧슴니다 그야 서로의론도하고 영원한장래까지 언약도하고 지냇스니 그다음일이야하고 연연한길을 두번세번 도라보며 떠낫서요 이만큼 써노앗스니 이위에지나간일도 짐작하실것이며  아프로 도라올일도 미리짐작 하실수잇스리라구암니다
말슴을 좀더 간단히하자면 이곳저곳으로 도라다니다가 거진 반년만에야 서울을 차젓슬때 그이는 벌서나의아모개가아니요 는 몃달후면 한어린이에 아버지가될사람이엿서요 그이가그러케되엿다는것도경로(經路)가 잇섯겟지요 물론 처음은 속이느라구 조곰도변함업는 사랑과 반가움을주는듯 하엿스나 오래동안 속일수잇슴니가 그가 나의게 고백비슷한말은 眞實노 당신을 사랑하게때문에 이러케까지 되엿소 당신이 싀골을 떠난후 넘어마음이 괴롭고 적적하기에 친구에얼녀 놀나단이다가 실수를한것이라구 그야나의원망을 피하랴는 변명에 지나지못하는말이지요 그뒤는 더 말하구십지안슴니다 엇더타구 그때 심정(心情)을 말할수도 업서요 다만경솔히 내마음을 밧첫다는것이 한업시 『내』가 원망스러웟스며 나로서 『나』自身의 환멸을늣기엿기 까닭입니다 그때당시에는 도시엇재야조흘지두서(頭緖)를 잡지못하고 맛치몽유병(夢遊病)들닌사람모양으로 거리로헤매기 시작햇슴니다 가다가 흔히 볼수잇는 자살자(自殺者)의환영(幻影)까지도 머리에 떠오를때도 잇섯서요 내가 내자랑갓슴니다 마는 그때에 만약 좀더 심약한계집이엿드면 지금이붓을 들게 되엿슬는지가 문제이지요 압뒤일을 살피지못하고 덩벙대든 나로서도 사람으로서 가질수잇는 자제력(自制力)이업는것도 아니엿마는 평생에 푸로그람이 뒤박귀게된 나로서 그뒤박귄순서를 정하기에는 넘어나어렷섯기때문에 그후 한때는 아조방종생활도 해보앗스며 혹은 그이에게 바든 고대로 다른 남성에게 흉내도 내보앗슴니다
그러나 지금에 나는 그이를 원망도안니하며  구태여 지난일을 새삼스러히 뒤적어리지도 안슴니다 다만 사람의 걸어가는 길거리에는 발뿌리에 채는돌도 잇슬것이며 움푹들어 간곳도잇고 마른곳도잇스며 진땅도잇스리라구만 생각하구잇슴니다 넘어만히 쓰는말이라 쓰기가 우습기도함니다마는 그대로쓰지요
『人生은짧고 藝術은길다』
그럿슴니다 人生으로서의 卜惠淑은 그리길지 안은것임니다 딸아서 私生活노서의 卜惠淑도 그리큰問題가안입니다 지난날에 不快한 긔억은 이즈면 제절노 무더짐니다 그러나 예술운동(藝術運動)第一線에 선 나는 내藝術行動 如何에 잇서서 永遠히 업서지지안는다는 眞理를 깨달엇스며 까지 까지 이길에서 最善을 다하리라는 信念으로 前進하겟슴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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