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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명인 예담―장고로 진경 이르기까지―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탄금 명인 예담―장고로 진경 이르기까지― 彈琴名人藝談―長鼓로 眞境이르기까지―
종    류 기사 記事
필    자 한성준 韓成俊
출처정보 삼천리 三千里
연    도 1935-11 昭和十年十一月
면    수 210 (210)
기사
[사진] 韓成俊氏

일곱, 여들의 어린나이에 한다하는, 선생앞에 두무릅을 딱 꿀고 앉어, 춤 배우고 장고 배우기에 밤 가는 줄도 몰으고, 밥 먹기도 이저가면서, 열심히 배워왓다.
족금한 몸, 어린나이에 높다란 長鼓채에 매달여서 춤도 곳잘 췃고 장단, 박자도 제법첫다.
한다하는 名唱들이며 풍류객들이며, 점잔흔 어룬들 앞에 나아가서도, 차츰 차츰 머리도 쓰다듬기우며, 귀여움과 층찬도 바덧다. 이럴마다 어린少年藝童인 나의 마음은 무한히 깁벗다. 또한 어린마음에도 늘 엉뚱한 생각과 포부를 가지고 밤과 낮을 가리지앉고 열심으로 하여왓다.
그러타고 내가 늘 층찬만 밧고 재조잇는 아이라는 소리만 들어왓느냐하면 그런것도 안이다. 어떤때에는 수업는 욕도 만이 먹어왓고 뻬속에저리는 압흔말도 퍽으나 들어왓다. 그러나 눈물흘니다가는 용긔를 내고, 락망하다가는 그래도 남들이 모다 층찬만할까지 훌륭한 名鼓手가 되여보구야 말겟다고 결심을 굳게 먹엇다.

하여간 일곱 여들의 어린나이붙어 장고채에 매달 여서「진양조」나 「평타령」을 치게쯤 되엿스니, 나의 재조도 무던하거니와 얼마나 열심히 햇든것도 짐작할것이다.
내가 오늘의 六十老境에 이르기까지 장고채에서 세월을 보내오지마는 이 장고만치 힘이 드는것은 엄슬줄로 안다.
명창갓흐면 노래나 잘부르면 그만이지마는, 이장고만은 참말로 잘 한다는 소리를 듯게 되고, 어떠한곡조, 어떠한 노랫가락이라도 척듸리대여 거긔에 맛춰 치자면 그야말로 眞境에 이르지안코는 못할노릇일것이다.
첫재 장고를 잘치자면 춤 붙어 배워야 한다. 춤추는 사람의 몸짓을 보고 장단을알고, 거기에 맛처 자유자재로 「한배」나「박자」를 처야한다.
그리고 노래곡조에 맛처칠에도 사람사람에 따러, 모다 제각긔 목청과 매듸가 다르다.
그부르는 곡조가 다르고 뽑는청이달으고, 꺽는 매듸가달으니, 그사람 그사람의 부르는노랫곡조를 처음 마주앉어서도 척척 드러맛게, 치자면은 그는 실로 지극히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케 능난하게 장고를 잘맛처 처주워야 그노래부르는 사람이 첫재 쉽게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부를수가 잇는것이다.
그러기에, 지금은 도라갓지마는, 朴기홍氏같은 유명한 名唱은 늘노래부를때면 으레히 나하고만 장고를 처달나고 하여서, 어떠한 좌석에 나가드래도 그이와 나는 늘 한자리에 앉젓든것이다.

내가 十二, 三歲에는 과거해서 「홍패」「백패」를 탓고, 二十歲붙어는 점점 장고에 자신을 가지고 「방수」 도 알게되고 무던히 잘치게 되엿든것이다.
나이 수물이 넘어서 붙어는 서울에 올너와 「원각사」 그外의 여러곳에서 자주 무대에 올너섯다.
그만 하여도 「태황제」께서는 三萬五千량을 내어노왓고 閔영석같은 이가 지도하여, 宋萬甲씨나, 朴기홍 같은이들을 불너다가 「장안」의수만은 사람들을 울리기도하고, 웃기기도하엿든것이다.

내가 오늘날에와서는, 그어떠한까다로운노래를 부르거나, 처음으로 대해서 어렵다는 노래에나한번 안즈면 제절로 척척 맛춰 치게되엿스니 아마도 내생각에서는 이만하면 眞景에 이르럿다고 생각키운다.
지금도 나이 예순둘이나, 한번 장고채를 잡고앉으면, 하루 종일이래도 게속해서 칠수가잇다.
그언젠가 레코-드에 취입하노라고 할때에도 아츰 아홉時붙어 오후다섯時까지 그냥 게속해서장고를친가 잇지마는 이러케 오래치자면 여간한 솜씨가 안이고는 도저히 허기 어려운일이다.
지금에 와서는 장안의 헌다허는 名唱이나 무희를 대해보아도 조금도 장단에 힘이 들거나 어려운것이라고는 업다 좀더 새로운 名唱을 맛나 어려운소래와 힘든곡조를 좀 대해보앗스면 하는 생각을가지고잇다.

하도, 한에는 이름이 자자하든 유명한 「이날치」같은이나, 「박기홍」씨같은이, 이들은 노래를 불너서 수만은 사람들을 눈물을 쥐어짜게도 하고 허리를 그러앉고 자글르르 우슴을 터뜨리게도 하엿지마는 나도 이 장고를 잡고 앉어서, 많은 사람들을 웃겨도보앗고 울겨도보앗다.
박기홍의 「심청가」-그중에서도 「春香」이 욱문에서나와 리도령을 맛나는 매듸같은데 가서는 그시절의 무수한「긔생」들의 눈물을 짜아내든일이 아즉도 긔억에 새롭지마는 그의 나의 장단은 손이 제가락에서 놀든것도 그리운 긔억이다.
내가 입까지 수많은 노랫곡조에 맛춰 처오지마는 그중 나의마음에 드는곡조는 「중머리」라고나 할넌지, 어찌되엿든, 이게 제일 조타고 똑 잡아말하기는 어렵다.
「박타령」을 칠의 쾌활하고 시원한맛은 제절로 억개가 읏슬읏슬 하어지고 심청가나 춘향가같은 노래는 어떤매듸에 가서는 가슴이아깃짜깃하는데가 잇다.

그러나 내가 二十五六歲만 하어도 한다하는 一流名唱의 노래에 맛춰칠면 간혹 기맥히는 멸시와 모욕을 바더왓다.
「저렇게 처가지고 무슨장고를 잘 친다고……」
「이거 틀엿소! 애당초 내소리에는 장단이 맛지않소……」
「거……어데 장단이 서투러서 노래부르기가 힘이 들어 해먹겟서요」 하는 말쯤은 종종들어왓섯고 또어에는, 한창 노래를 부르다가도 많은사람들 가운데서
「그만 집어치우시요 그것도 장단이요!」
하며 부르든 노래를 그만두는사람도 잇섯다.
이럴면 장고치는사람의 모욕이란 이루말할수업는 크다란 목욕이엿다.
그럴면 기가막혀서 도모지말이 안나오고, 앞이 캄캄하여지며, 가슴이저리고, 아펏섯다.
이런 모든 수치와, 모욕과 멸시와 고통을 밧어가면서도 꿀꺽참고 그야말로 「고난의길 을지나, 오늘의 성공이라면 성공의 길에드러슨 셈이다.
이제와서는, 옛적에 한자리에서 같이 부르고, 같이 장단마추든 이들이 혹은 세상을 떠난이도잇고, 더러 사라게신이들도 잇지마는, 지금도 그런이들을 대하여서는 전에지나오든 어려운고비를 다시금 이야기 하기도한다.
지금 나더러 어사람이 뭇기를 만약 장고를 배우겟노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안코, 그러면 어서 배우라고 말하겟다.
그러나, 長鼓는 天才가 안이고는 실로 眞境에까지 이르기는 매우어려운 일일것이다.
내가 아무런, 천재가 잇는것도 안이지마는, 지금에 와서 어 어려운 고조라도, 처음대하는 노래라도 힘든 춤이라도, 처음 보고, 듯는것이면 그냥, 맛춰 장단을 칠자신을 가젓다고 할것이다.
내 나이 지금 六十二에 다다르고 보매, 아마도 나는 장고와같이 나서 장고와같이 세상을 떠날운명을 가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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