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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 연구초(5)―「유산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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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조선문학 연구초(5)―「유산가」 해설― 朝鮮文學硏究鈔(五)―「遊山歌」解說―
종    류 논문 論文
필    자 이희승 李熙昇
출처정보 문장 文章
연    도 1939-08 昭和十四年八月
면    수 154 154
기사
一, 허 두
曾點의 風于舞雩나 孟子의 養浩然之氣로부터 現代의 遠足,「하이킹」에 이르기까지 그 軌를 같이 하는바는 다 良辰佳景의 誘惑으로 因하는 人間 本然性의 所以니, 우리 祖上들에게 「遊山歌」하나쯤 생김은 너머로 當然한 일이다. 지금 다음에 그 原歌를 紹介하고, 解釋을 試驗하여볼가 한다.

二, 原 歌
(一)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二)만화방창(萬花芳暢)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山川景槪)를 구경 (三)가세. (四)죽장망혜(竹杖芒鞋) (五)단표자(單瓢子)로 천리강산(千里江山) (六)구경가세, (七)만산홍록(滿山紅綠)들은 일년일도(一年一度) 다시 피어, 춘색(春色)을 자랑노라 색색(色色)이 붉었는데, 창송취죽(蒼松翠竹)은 (八)창창울울(蒼蒼鬱鬱)하고 (九)기화요초(奇花瑤草) 난만중(爛漫中)에 (一○)꽃 속에 잠든 나비 자취 없이 (一一)날아든다. (一二)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一三)화간점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一四)삼춘가절(三春佳節)이 좋을시고. 도화만발(桃花滿發) (一五)점점홍(漸漸紅)이로구나, (一六)어주축수애산춘(魚舟逐水愛山春)이어던 (一七)무릉도원(武陵桃源)이 예 아니냐. 양류세지사사록(楊柳細枝絲絲綠)하니 (一八)황산곡리당춘절(黃山谷裏當春節)에 (一九)연명오류(淵明五柳)가 예 아니냐.
(二○)제비는 물을 차고 기러기 (二一)무리 져서 (二二)거지중천(中天)에 높이 떠서 두 나래 활씬 펴고 (二三)펄펄 백운간(白雲間)에 높이 떠 천리 강산(千里江山) 머나 먼 길에 (二四)어이 갈고 슬피 운다. 원산(遠山)은 첩첩(疊疊) 태산(泰山)은 (二五)주춤하여 기암(奇巖)은 층층(層層) 장송(長松)은 (二六)낙락(落落) (二七)에이 구부러저 광풍(狂風)에 흥(興)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 춘다. 층암절벽상(層巖絶壁上)에 폭포수(瀑㳍水)는 콸콸 (二八)수정렴(水晶簾) 드리온듯 이 골 물이 주루루룩 저 골 물이 솰솰, (二九)열의 열 골 물이 한데 합수(合水)하여, (三○)천방(天方)져, 지방(地方)져 (三一)소코라지고 (三二)평퍼져 (三三)넌출지고 (三四)방울져저 건너 (三五)병풍석(屛風石)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銀玉) 같이 흩어지니, (三六)소부(巢夫) (三七)허유(許由)가 문답(問答)하던 (三八)기산(箕山) 영수(穎水)가 이 아니냐. (三九)주각제금(住刻啼禽)은 천고절(千古節)이요 (四○)적다정조(積多鼎鳥)는 일년풍(一年豊)이라 (四一)일출낙조(日出落照)가 눈 앞에 (四二)버려니 경개(景槪) 무궁(無窮) 좋을시고. (博文書舘版「新舊流行雜歌」에依함)

三, 解 說
(一)漢字를 「花闌春城」으로 달아놓은 책도 있으나, 그것은 잘못이다. 꽃이 봄 城에 爛漫하다는 뜻이니, 亦是「花爛春城」이 아니면 안된다. 이것은 唐人 韓翃의 「寒食」詩 첫 머리에 있는 「春城無處不飛花」와도 共通되는 意味일것이다.
(二)「花爛春城」이란 말 아래에 곧 繼續되는 文句이니, 文勢上「萬花芳暢」은 아닐것이다. 다른 책에는「萬和方暢」으로 쓰인데도 있으나, 나는 「萬化方暢」이 옳지 않은가 한다. 「萬化」는「萬物의 化育」이란 意味도 되는 同時에 「宇宙間의 萬物」을 가르치는 뜻도 된다. 그러므로 「이 世上 萬物이바야흐로(한창) 기를 펴고 자란다」는 意味로 보아, 「萬化方暢」이라고 하는것이 가장 妥當하다고 생각한다.
(三)어떤 寫本에는 「갑세」로 되어 있다. 이것이 더 古形인듯싶다.
(四)「芒鞋」란 말은 없다. 「메투리」를「麻鞋」라고 쓰는 故로 이것은 「마혜」의 變音이다. 「마혜」의 「마字」를 길게 뽑는 노래에 있어서는 自然「망혜」와 類似한 音으로 變하기 쉬운 일이다.
(五)「單은 一個의 意味요, 「瓢子」는 표주박이니「표주박 한개 차고」라는 말이다.
(六)다른 책(印本과 寫本等)에는 모두「들어가니」로 되어 있다. 「山川景槪 구경 가세」라 하고, 또「千里江山 구경가세」라 하면 같은 말이 重複되므로 「千里江山들어가니」가 옳을것이다.
(七)「紅綠」은「울긋불긋한것」. 卽 草木花卉를 가리키는 말이다.
(八)草木이 靑靑하고 즘슥하게 茂盛하여 있는 모양.
(九)이상한 꽃(珍貴한 꽃)과 아름다운 풀. 「瑤草」는 「仙境에 나는 풀」이란 뜻도 된다.
(一〇)어느 책에나 다 「꽃 속에 잠든 나비」로 적혀 있는데, 「콜럼비아」「레코드」판에만은「꽃속에 자든 나비」로 되어 있다. 이것이 옳을가 한다.
(一一)「날아난다」로 記錄된 寫本이 있다. 拙編「歷代朝鮮文學精華」에는 이 편을 따랐다. 그러나 「꽃 속에 자든 나비」가 옳다 하면「날아든다」라고 하여도 解釋上 별 困難은 없는것이다.
(一二)누구의 詩句인지 알수 없다. 꾀꼬리 빛이 누르기때문에 조각조각 금덩이(片片金)라 하였다.
(一三)이것은 (一二)와 聯句가 되는 것인데 亦是 그作者를 알수 없다. 아마 이 노래의 作者가 創作한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紛紛雪」은「北風吹雁雪紛紛」(高適의 別董大詩의)과「江花亂點雪紛紛」(韓翃의 送客知鄂州詩의)等의 詩句를 보아 「紛紛雪」의 잘못인것을 알수 있다.
(一四)陰曆으로 正·二·三月 석달 卽 孟春, 仲春, 季春을 봄철이라고 하여 「三春」이란 말이 생겼으나, 이 석달이 다 和暢한 봄은 못된다. 九十春光이란 말도 이와 비슷한 用例다.
(一五)「漸漸紅」은「點點紅」의 잘못이다. 「點點」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形容이다.
(一六)唐人 王維의 桃源行詩의 첫 句다. 故李用基老人이 蒐集하여논 「樂府」라는 책에는 「魚舟逐水愛山春이라든」으로 적혀있으니, 文義上 이 편이 옳을듯하다. 「이라든」은「이라 하든」의 준 말이기때문이다.
(一七)晉人 陶潛(字는 淵明)의 「桃花源記」로써 有名한「武陵桃源의 別天地」를 이르는 말이다. 지금 湖南省 上德府에 武陵縣과 桃源縣이 있으니, 「桃花源記」의 大意는 다음과 같다.
晉나라 太元年中에 武陵땃 사람이 고기 잡이로 業을 삼더니, 하로는 시냇줄기를 따라 올라가다가 忽然 兩便 어덕에 桃林이 茂盛하고 桃花가紛紛히 떨어지는 곳에 다달았다. 漁父가 異常히 여겨 漸漸 들어가매, 桃花林은 끝나고 水源에 山이 있으며, 山에 적은 구멍이 있거늘, 그 속으로들어가기를 數十步한즉, 豁然히(환하게)平地가 열려 있고, 그 사이로 男女가 平和롭게 往來하며 일하고 즐기다가 漁父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 그들은 秦나라 때에 亂을 避하여 이 곳에 들어왔다 하며, 그동안 漢나라의 興亡과 魏晉의 融替를 全然 모르더라. 漁父가 며칠 융숭한 대접을 받다가 하즉하고 나와서 途中에 곳곳이 표를 하고 돌아와 太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太守가 사람을 보내어 찾으려 하였으나 마침내 길을 잃어 찾지 못하니라. 云云.
이 글로 因하여 武陵桃源은 理想鄕으로 널리 喧傳되어, 陶淵明의 「桃花源詩」를 비롯하여, 李白의 「餞十七翁二十四翁尋桃花源序」, 王維의 「桃源行」, 盧綸의 「同吉中孚夢桃源詩」, 武元衡의 「送嚴侍御訪仙源詩」, 權德輿의 「桃源篇」, 韓愈의 「桃源圖詩」, 劉禹錫의 「桃源翫月詩」, 杜牧의 「酬五秀才桃源見寄詩」, 蘇軾의 「和陶淵明桃花源詩幷引」, 王安石의 「桃源行」, 梅堯臣의 「桃花源詩幷序」等等 이「유토피아」에 關한 詩文이 거의 枚擧할수 없을만큼 많이 생겼다. 따라서 海東에 사는 樵童牧竪의 입에까지 膾炙되어 이 遊山歌 속에 武陵桃源이 한 자리차지하게 되었다.
(一八)宋人 黃庭堅의 號가 「山谷」인데, 이 「黃山谷」이란 人名에 工巧히「山谷」이란 글자가 있어서, 그字義를 利用하여 地名과 같이 使用하였다. 卽 黃山 골자기 속에 봄철이 왔다는 뜻이다. 이러한 例는 다른 노래와 時調에서도 볼수 있으니, 「思親歌」에
「黃山谷 들어가니 竹林七賢 모였어라」
한것이 있고, 또 時調에도
「黃山谷 돌아들어 李白花 꺾어 쥐고 陶淵明 찾으려고 五柳村 들어가니 葛巾에 술 덛는 소리細雨聲인가 하노라」
라는것이 있어서, 모두 「黃山谷」을 地名처럼 使用하였다. 「李白」이란 人名도 「李白花」라 하여 꽃이름으로 使用한것은 모두 그 字義를 利用한것이다.
(一九)陶淵明이 自己 집 門 앞에 버드나무 다섯 株를 심어놓고, 스스로 「五柳先生」이라 일컬었으므로, 버들을 보고 陶淵明을 聯想하여, 「陶潛의 집앞에 있는 五柳가 이것이 아니냐」라고 하는 뜻이다. 이것은 桃花를 보고 「武陵桃源」을 끌어 온것과 같은 筆法이다.
(二〇)늦은 봄이나 첫 여름 잔풍한 날씨에 제비가 날아다니다가 가끔 거울 같이 잔잔한 水面에 부디쳐서 波紋을 이르키는것은, 흔히 볼수 있는 田園의 景趣中의 한가지다. 다른 노래에도 많이 나오는 語句요, 또 俗談에도 「물 찬 제비 같다」라는 말이 있다.
(二一)「群」의 뜻이니, 卽「무리 져서」는「떼가 져서」라는 意味다.
(二二)「거지」라는 말은 별다른 意味는 없는듯하다. 다만 「中天」이란 말을 더 强하게 表現하기 爲하여 쓰는 接頭語인듯하다. 限 없이 높고, 限 없이 넓은 空中을 「거지中天」이라 한것이 아닌가.
(二三)이 노래의 曲調 中에 가장 어렵고 가장 高調된 곳은 이 「펄펄」이 아닌가 한다.
(二四)「어찌」,「어떻게」.
(二五)山脈 흘러 간것이 무엇이 달아나는 形勢 같다가, 벼란간 泰山이 우뚝 높이 솟아 있으므로, 마치 달아나던 사람이 주춤 서있는 모양에 比한것이다.
(二六)높이 빼어난 모양, 솟아 있는 모양.
(二七)「에이」도「슬쩍」이나「척」과 같은 意味의 接頭語인듯하다. 「어리」로 된 책도 있다.
(二八)絶壁에 물 쏟아져 내려오는것을 水晶으로 발을 엮어 걸어놓은것에 比한것이다. 물 부피가 엷게 쏟아질적에 더욱 그렇게 보인다.
(二九)「열의 열」이면 百인데 「여러 골자기」라는뜻.
(三〇)山 골자기에 물 흐르는 모양을 形容한 말인데 「천방」「지방」은 方向이 一定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겨우 걸음 발 타는 어린 아이가 비척비척 걸어가는것을「천방 지방 걸어간다.」或은「천방 지축 걸어간다.」고 말한다.
(三一)좀 높은데서 내리 쏟히는 물이 다시 부풀어솓아 오르는 모양을 「소코라진다」고 말한다. 흐르는 물뿐 아니라, 겨울에 그릇에 담아놓은 물이 얼어서 부풀어 오른것을「소코라지게 얼었다」고도 말한다.
(三二)좀 平平한 곳에 와서는 물결이 벙벙한 모양을 形容한 말이다.
(三三)急히 흐르는 물결이 줄이 죽죽 져서 넌출(넝굴 或은 덩굴이라고도 한다)과 같이 된다는 뜻이다.
(三四)물방울이 생긴다는 뜻이다.
(三五)골자기가 구부러져서 石壁이 휘 둘려있는 것을 屛風 쳐놓은데 比하여, 「屛風石」이라 일컬었다
(三六)堯帝 때의 高士. 「高士傳」에 依하면
「巢父者 堯時隱人也. 山居不營世利, 以樹爲巢, 而隱其上, 故時人號曰巢父」
라 하였다.
(三七) 巢父와 同時代의 隱士. 亦是 高士傳에 依하면
「許由隱箕山, 以手捧水飮之, 人遺一瓢, 得以取飮, 飮訖掛於樹上, 風吹歷歷作聲, 尙以爲煩, 遂去之.」
라한 傳說이 있는만큼, 慾心 없고 淸談한 隱者다.
(三八)「箕山」과「潁水」는 河南省 登封縣 嵩山 가까이 있는 山名과 川名이다. 高士傳에
「許由耕于潁水之陽, 堯召爲九州長, 由不欲聞之, 洗耳於潁水濱. 時巢父牽犢欲飮之, 見由洗耳, 曰汚吾犢口, 牽犢上流飮之.」
란 記錄이 있으니, 所謂 巢父 許由의 問答이란것은, 許由가 九州의 長(天子)을 마다 하고, 그런말 들은 귀가 부정하다 하여 潁川 물에 귀 씻던 일과 巢父가 송아지에게 물을 먹이려다가 許由의 귀 씻든 緣由를 듣고 송아지 입이 더럽힌다 하여 上流로 올라가서 물을 먹였다는, 劇的 問答을 指稱하는것이다.
(三九)「주각제금」은「주걱재」를 가리키는 말이요, 「住刻」이란 漢字는 아무 意味도 없다. 다만 音相似한 取音字일뿐이다. 「주걱啼禽은 千古節」이란全體의 意味는, 「주걱새 우는 소리를 들으니, 몇 千年前 太古쩍 時節이나와 같이 퍽 한가롭다」는 뜻이다.
(四〇)「적다鼎鳥」는 卽「솥적다새」요, 「積多」도 다만 取音字가 될뿐이다. 이 句節의 意味는 「솥적다새가 우니 올 一年 豊年들 徴兆」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用例로는 羽樂時調에
「푸른 山中 白髮翁이 고요獨坐 向南峯이로다 바람불어 松生瑟이요 안개걷어 壑成虹을 주걱啼禽은 千古閑인데 적다鼎鳥는 一年豊이로다 누구서山을寂寞다런고 나는樂無窮인가 하노라」
라 하는것이 있고, 또 寫本으로 돌아다니는 樂只歌란 노래 속에도 다음과 같은것이 있다.
「촉국새 울어드니 千古節이 恨이 되고, 솥적다하는 소리 一年豊 占을 첬다.」
이 「주걱새」라는것이「촉국새」와 같은 것인지 다른것인지 分明히 알수 없으나, 만일 같은것이라면 「촉국새」는「蜀國새」卽「不如歸」를 이름이니, 「千古節」의 意味를 歸蜀道 歸蜀道 부르짖는 蜀國 望帝의 恨은 千年을 두고 變함 없다는 뜻으로 解釋할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羽樂時調의
「주걱啼禽은 千古閑인데」
는 千古에 變치 않는 恨이라하여「千古恨」이 아닐가한다. 그러나 그 解釋을 구태어 너무 穿鑿할 必要는 없다.
(四一)「日出」은 해 뜨는 景致요, 「落照」는 해 지는 景致다.
(四二)책에 따라 「버려라」, 「버려나」로 된데로 있으나 李用基 老人의 寫本에는 「버렸으니」로 記錄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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