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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사절 조택원 씨 방문기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무용 사절 조택원 씨 방문기 舞踊使節 趙澤元氏訪問記
종    류 대담 對談
필    자 O기자 O記者
출처정보 신세기 新世紀
연    도 1939-01 昭和十四年一月
면    수 94 〔94〕
기사
[사진] 趙澤元氏
[사진] 趙澤元·金敏子의 舞踊포—즈

十一月도 거지반 저무러가는 十九日午後四時半, 記者는 舞踊家 趙澤元氏를 訪問하려고 거리로 나섰다.
立冬도 어느듯지나고 김장이 한창이것만 어제오늘의 날세는 봄날에 지지않게 다사로워, 하늘도 제법「코발트」色으로 개이고 거리의「아스팔트」에는 다양스러운 저녁햇빛이 빗겼다. 때마침 土曜日이라 거리에는 한주일동안을 두고 시달리던「쌀라리맨」들이 오늘과 來日의 日曜日을 앞에두고 자못 意氣揚々하게 떼를지여 밀려단긴다.
記者도 어느새 그들의 들뜬 步調와 氣分에 휩쓸려 自己가 지금 무슨用務를띄고 거리로 나왔는지 그것좇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잠시 쓸때없는 空想에 잠겼다가 문득 自己가 벌서「半島호텔」앞까지 이른것을깨닷자 訪問에 대한 아모런「푸란」도 준비도 갖이지 못한채 당황한步調로「호텔」門을 밀고 드러섰다.
먼저 事務室로 가서 趙澤元氏가 外出안하고 게시다는것을 알고「에레베—타」로 올라가니 案內係女子가 親切히 氏의房을 아르켜준다. 房앞에가서 잠간 서성거리다가「녹크」를 하니 안에서 가느다랗게 氏의목소리가 들여나오고 뒤및어「또아」가 열린다. 그런대 닷자곧자로 던지는 氏의 最初의「세리후」가 傑作이다.
趙『金敏子氏를 찾어 오섰음니까?』
記者『안임니다. 趙先生님을 좀 뵈려고 왔읍니다』
하고 名刺을 한장 내놓았드니 그제서야 알었다는듯이
趙『아침에 電話로 오시겠다는 말슴은 들었음니다만 女記者가 訪問하실줄은 몰랐읍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얼굴에 微笑를 지우면서 記者를 親切히 自己室內로 인도한다. 방안에 드러가니 벌서 來訪한 손님이 두분이나 있다.
나는 그손님들이 어서 갔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焦燥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形勢가 좀처럼해서는 일어설것같이도 않은데 또 다른손님이 들어온다.
사람이 이렇게 만아서야 참아「란데부—」風景을 묻기는커녕 앉고있을 勇氣좇아없어지는데 마츰 怜悧해보이는 첫印象에 억으러지지않게 氏는 記者를「로비」로 案內하신다. 그제야 겨우記者는 가벼운 安堵의 한숨을짓고 입을 열었다.
記者『巴里의 첫印象은 어떠하였읍니까?』
趙『첫印象은 나의想像하였든 巴里와는 사못 달렀습니다. 巴里라고 하면 누구나 藝術의都市, 現代的感覺이 豊富한 華麗하고 明朗한都市라는것을 먼저생각하게되는이만치 져亦是 그런點을 무척 憧憬하고 있었읍니다만 巴里에 썩나려서보니 하늘빛과「아스팔트」建築物 모도가 잿빛으로 칠한 灰色都市라는 感이 있었읍니다』
이말을 듣고나니 灰色都市의「란데부—」風景이 그리신통치않을듯싶어 슬그머니 緊張이 풀니고 걱정이다. 그러나 또한긋 생각하면 하늘빛이 灰色이라고 해서 젊은이의 하—트까지야 灰色이랴? 안이 周圍의背景이 灰色빛이기때문에 그들의분홍빛 情熱이 더한층샛빨가케 불타오를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記者는다시묻기를 繼續하였다.
記者『그러면 公園風景은 퍽으나 쓸쓸하겠군요?』
슬적 이렇게 변두리를 찔러놓고는 記者는 잠시 絸線을 유리窓밖으로 보내여 저무러가는 서울의 灰色빛 하늘을 精神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趙『웨요? 그럴리가 있겠읍니까? 巴里人이란 가장 人生을 「엔죠—이」할줄아는 國民이기때문에 公園이나 市街에는 항상 花草가 滿發하야 있읍니다. 그것은 모도 溫室속에서 키워다가 놓는것이지요. 그리고 上流階級의 사람들은 公園같은곳을 별로 利用하지 않지만 언제나 컴컴한 室內에서 憂欝한生活을 하는 階級의男女들은 晝夜를 헤아리지 않고 나와서 헤매입니다. 그들은 公園「뻰치」에서나 街路樹밑에서도 公々然하게 사랑을 속삭거리며「킷쓰」를주고받기도 합니다』
記者『警官이 보아도 아모 관게 없음니까?』
趙『관게없다뿐이겠읍니까 正服正帽를 着用한 警官이나 軍人들이라도 妙齡의處女들과 함께 公園을거닐며 사랑을 속삭이는 판인데요』
記者『그런現象에 대한 感想은 어떠하였읍니까?』
趙『처음에는 퍽으나 어색도 하야보이고 神奇해보이기도하였읍니다만 차차 보아나니 그것이 도리혀 自然스러워 보였읍니다. 푸른 잔듸우에서 數많은 男女의무리가 뎅굴며 愉快하게 놀고있는것을 볼때에는 참으로 그들의 生活이 부럽기도 하였읍니다. 아마도 藝術의都市 巴里가 않이고는 볼수없는 現象일는지도 모름니다.』
記者『巴里滯在中에 印象에 남는 女子는 없읍니까?』
趙『없읍니다. 勿論經濟的條件도 條件임니다만 巴里에 오래동안 滯在해있지 못했기 때문에 自然 그런女性들과 接觸할 機會도 없었읍니다.』
記者『巴里가시기前과 갔다오신 現在와 舞踊藝術에대한 見解의相異는 없읍니까?』
趙『가기前에는 自己가하는 舞踊이 어느程度까지 藝術的正當性을 갖인것인지 스스로曖眛한點도 없지않아 있었읍니다만 이번 巴里에 갔다와서는 그래도 自己의 舞踊藝術이 廣汎한 藝術領域에 있어서 어떠한「포지숀」을 占領하고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으며 또한 朝鮮의舞踊을 앞으로 어떻게 發展시켜나가야 하겠다는데 對해서도 一定한 見解를 갖이게 되었읍니다. 말하자면 그런點이 巴里에 갔다온 收穫이라면 수확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記者『참 今月二十四, 五日에 舞踊公演會를 열게 되었다지요?』
趙『네』
記者『이번 公演에 發表하시는 作品은 전부 新作이십니까』
趙『舊作도 더러있기는합니다만 大概가 新作입니다. 그리고 舊作에 잇어서도 좀더 새로운 色彩와「뉴안스」를 加味하느라고 제딴으로는 努力하였읍니다만 과연 어느정도까지 그것을 나타낳게 될는지는 疑問입니다』
記者『이번公演에는 金敏子孃이「파토나」로서 같이舞臺에 오르게 되였다지요?』
趙『네』
記者『金孃은 이번뿐만이 않이고 이제 앞으로 언제나 趙先生의「파토나」로써 出演하게 됨니까?』
趙『네 아마 그렇게 될것같읍니다』
記者『金孃을「파토나」로 擇하신 動機는 어데 있읍니까?』
趙『金孃은 아시다 싶이 이전에는 崔喜承女史의「파토나」로서出演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생각같어서는 같은 同性끼리 舞臺에 올나서「파토나」의 役割을 한다는것은 좀考慮할 問題가 않인가고 합니다. 왜그러냐하면 女子에게는 女子의 獨特한 肉體의 線과 舞踊의「리즘」이 있고 男子에게는 男子의 독특한리즘과 線이 있는대 男子가 않인 女子가 男子의 役割을 한다던가 女子가 않인 男子가 女子의 役割을 한다는것은아모래도 어색할뿐만 않이라 藝術的効果에 있어서도 대단히 不自然한 느낌을 주게됩니다. 그보다는男子는 男子대로 女子는 女子대로 제각기「유닉크」한무용의「리즘」과 感覺을 살녀나가는 가운데 서로 融和가되고 調和가되여야만 眞正한 舞踊藝術의 境地가 이루워지는것이 않인가 생각합니다. 그러기에崔承喜女史가 이번洋行에서 도라와서도 역시 그전과같이 同姓의 女子를「파토나」로삼고 舞臺에오르겠는지는 퍽 疑心스러운 일입니다』
記者『밧부신데도 불고하시고 이렇게 여러 가지로 말슴을 해주서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失禮했읍니다』
얼마든지 더 이야기가 풀려나오려는것을 중토막에서 짤르고 이런 人事말을 남기고「호텔」門을 나스니 쥐꼬리같은 겨울해는 어느듯 仁旺山꼭대기에 걸려 저부러가는 長安의 거리에 구슬픈 輓歌를 보내주고 있었다.
(十一月二十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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