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문헌
검색 > 문헌 > 기사
장한가 부르는 박행의 가인 신일선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장한가 부르는 박행의 가인 신일선 長恨歌부르는薄倖의佳人 申一仙
종    류 대담 對談
필    자 +++ +++
출처정보 삼천리 三千里
연    도 1937-05 昭和十二年五月
면    수 36 36
기사
[사진] 신일선
『아리랑』의 一篇으로 이땅에가장 아담하게핀 한떨기 으로서 靑春士女의 愛慕를밧어오든 그가 엇지하여 오늘은 妓坊에 거문고줄골느며 長恨歌부르게 되엇는고이슬픈琵琶曲에귀기울지어다?

서울 청진정(淸進町)골목을 이리저리 도라 아담한 집한채를 차즈니, 문을방싯열고 나오는이가박행한 가인 신일선(申一仙) 바로그이라, 그가조선의 명배우(名女優)로써일즉 은막에 죄없고 틔없는아담한 서태를비최어 장안 청춘사녀(靑春士女)를 뇌살시키더니 덧없는봄바람에 나붓기는 한기송이모양으로, 지금은 거리에 떠러져 협사(狹斜) 골목, 호협한 장안유랑객의 긔색(氣色)을살피는 한낫 긔방(妓坊)에 있다니 진실로 세상이 무정하다할는지………… 재조있는 선비면 반드시 뜻을일코, 아름다운 가인(佳人)이면 의레히 진흙에 파뭇기는 오늘의 이날를 원망하면좋을는지…… 이리하야 그옛날 「노들강변」을 부르든 아름다운 목청으로 한갓긴–한숨 석긴 장한가(長恨歌)를 부르고있는신일선
마조안저보니 맵시있게 입은 주항라 저고리에 문의 있는 옥색치마 바처입은 風情이 옛 그態가 그態로되 속일수없는것은 무정한 세월이라 봄바람가을달이 헛되히 이마에 주름살 더하여 지금은 애티있든 이팔청춘의 면목이 사라지고 점잔으려는 중년부인의 풍모가 흐르고있다, 몃번 살림을드러갓다 나오고, 몃아희의 어머니 되엇건만 그래도 그토록 늙지안엇슴은 그의 천질(天質)이 늙지안케 생겻슴인가, 세월이 이가인을 참아 늙히고십허 하지어그럼인가

妓坊에나온 動機
다시가정부인을憧憬
「엇재서 이렇게 긔생에 까지 나오섯서요?」
하는 나의물음에 가여윈몸을 약간모으로 탈면서
「다 생활때문이지요, 부모도 모시고 옵바도 있는 우리집 살림이 날이갈사록 기우려지니 연약한 이몸이라도 생활비(生活費)만들길로 드러서야 하지안켓습니까」
「그래 나와서는 생활 안정을 어덧서요?」
「이럭저럭 수백원의 수입이 달마다 있게되니 부모님을 길거리에 방황하게는 안하여드림니다, 그런데 정작 달마다 권번(券番)에서 게산하여오는 돈은 몃백원이요하고 액수가 크지만 이직업(職業)에나서고보니 제일고통인것이 옷(衣服)에 돈이 많이드는것이야요 가을봄 철차러 구격이맛게 옷을하여입어야함은 물론 요지음은 손님들이 스타일도 보고 의장평(衣裝評)도 작고하시니까 서울장안에 새로류행한다는 화려한 옷감은 대개 몸에걸치어보아야 하게되어요, 동무들이 다 上海나 東京式으로 최신식 옷채림을 차리는터에 나만 옛모습을차리면 손님이 돌아다나 보리까, 그러니 한달에도 몃번 새옷을 작만하여야 한담니다」
듯고보니 그럴듯하다, 셰게적유명한 무히(舞姬) 조셉·베-간도 불난서의 千萬長者인 香水王 을 파도론으로 업었스니 그 화려한옷이 관중을 뇌살식엿슴이아닐는가
「의복뿐아니라 化粧에도 상당히 돈이걸닐걸요」
「동무들이 모다 香水도 비누도 대개갑빗싼 불난서 코티를 씀니다 그려, 그러니 香내를위해서라도 나도역시코티를쓰게되여요, 의복과 화장에 전수입의반이상은들어요」
「美容院에도 매일가야할걸요」
「매일은 몰라도 한주일에 몃번은가요」
「녜전날 영화녀우(映畵女優)로서 화장같은 몸채림하는 긔술에 이르러는 많이익숙고 있을터인데? 그래도 역시 미장원을 가서 「파-마넷트」로 며야해는가요?
「영화의화장과는 달느니까요, 영화는 카메라에 잘 드러나기만 워주하곳는것이지만 제얼골에 분바르고 연지찍어천연스러운 살결을내기에는 역시 그재조만 가저선 잘 안되어요」

얼마나슬픈가
옛날의胡蝶의가슴속은?
「사람이 사라가는데 깁분일 여섯가지, 슬푼일 네가지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것이요, 그반대면 그사람은 불행한 사람이지요, 또 한평생 륙십년을 사라가는데 제마음에 맛는 좋은세월을 십년만가지면 그는 행운아요 그렇지못하면 그는 불행한 사람의부류(部類)에 든다는데지나간 세월속에 「신일선시대(申一仙時代)라할 그런 좋은세월이 여러해있었지요? 그때일을 엇더케 생각하여요」
「네, 지금에 비하면 내가 녀배우로 은막(銀幕)에 나타나 노래도 불느고 연극도하든 그시절이 얼마나 행복하엿든고 하고 늘추억(追憶) 한담니다」
「지금에 비하여 행복하엿다고 생각함니까」
「물론이었지요 그때는 주제넘다 할지모르지만 그래도 예술가(藝術家)속에 한목이거니 하는 자부(自負)를 가지엇지요, 그러나 지금에야………」
「揚昌曲과 風流를 함께 나누든 卓文君이라거나 開城의 黃眞伊, 平壤의 桂月香, 晋州의 論介 그모든 녀성들도 비록 몸은 妓坊에 두엇다 할것이로되 時文書畵로 여러百世를 그일홈을 날리고 있지안어요?」
「그는 전설(傳說)이지요」
「전설?」
「네, 지금에야 긔생이란 한직업인데, 그런 운치와風流를 가저달나는것이 무리지요, 화페(貨幣) 우에선 상품으로밧게 이사회에서 더 인정하여주나요」
듯고보니 그럴듯하다, 에누리없는 정말갓다.
「그러니까 일선씨는 긔왕 나선바에 돈이나 러드리자는 주의구려」
「아녀요  히망이 있어요」
「히망?」
「네 두가지가」

銀幕에다시나서고저
조흔가정에시집가고저
나는 방안에 흐르는 粉黛의 훈훈한 내음새에서 잘못하면 취해지려 함을 겨우막으면서 그의 두가지 히망을 듯기로하엿다
「첫재는?」
「다시 녀우되려고」
「映畵?」
「그것도—」
「演劇?」
「둘다……」
「音樂까지, 말하자면 女流音樂家로까지」
「목청이 왕수복 선우일선이가치 곱지못해서음악에는 야심이없지만」
「어느해여름이든가요 일선씨가「아리랑」에나와서 장안안 인긔를 혼자 을고있든 순진하든 녯처녀시대 아니 그렇게 표현하기보다도 티하나 뭇지안은 「女學生」같은그시대에 慶雲町 天道敎大講堂에서 여러수천명 군중이 있을때에 독창(獨唱)을한일이 있지안어요 그때 나도 들었는데音樂도八十點은 되옵데다그려 그뒤 시집가고 아해낫고 하엿스니 그목청이 그냥남어있으리라고 보장할수는없지만—」
「그때는 옛날이지요 요지간 레코-드회사의 청으로 몃장 너보앗는데 나는아마 음악에는 天才가 없나봐요」
「그러니까 다시 영화계로 나오고십허요?」
「네 긔회만있다면 다시 그길로 드러서고십허요」
「긔생은 그만두고?」
「긔생은 긔생대로 하면서도 할수있잔어요 시간만 만드러서요」
「긔생에 그렇게 애착이 부터요?」
「애착은 없지만 영화배우로 지낸대야 어듸生活安定을 어들수있어야지요 그러니 생활비는 이렇게 하여 엇고 영화방면에는 보수같은것을바라지안코 그저 藝術的, 良心的으로 나오고십허요」
갸륵한 생각이난다 이 녀성은 지금도 純眞無垢한 한 性情이 가슴속에 그냥남어있는듯하다
나는 다시 담배 한대 피어물고 남저지 또한가지 히망을 물어보앗다
「그는 아직말치안켓서요」
「무에관대?」
「개인사생활에 대한것이야요」
「그러니 무에관대?」
「웃지마서요, 가정부인」
「앗, 시집?」
「얘-스』
「또?」
「한번만더 이번에는 아조 행복한 결혼으로요」
「과거의 결혼은?」
「두번 다 실패엿서요」
「남편에 애정은 업서젓다 할지라도 자식에대한 애착은 청산할수없지안어요」
여기이르러 간얄핀 한숨을 가늘게 쉬더니
「아히가 보고십허요」
「母性愛에 우는때가?」
「각금……」
「괴로워요?」
「안타갑고, 괴롭고—」
「남의 안해가되자면 긔생은 그만둬야지요」
「물론 그각오로—」
그리고는 백설같은이로 입살을 약간 문다
「그래 발견햇서요?」
「무어시?」
「결혼 후보자를?」
「호호호 아직……」
長安안才子여 安心하라 이 薄倖의佳人은 아직愛人을 決定하지 못햇다한다

幸福의門은어대
벌서지나왓나장차오나
나는 話題를 돌려
「녯날 의女學校時代와가치 지금도 독서를만히해요?」
「별로 못해요 밤늣게까지 료리점에갓다가 도라와선 자연히 아츰에 느저 이러나게되고…… 그러고는 또 저녁의 노름노리 밧기위해서 화장에시간보내고……그래서 자연히 讀書라고 못해요 그저읽기쉬운 新聞雜誌나 보지요」
「映畵는?」
「조와해요 될수있는대로 洋畵에 좋은것이 왓다는 소문들으면 가보려힘써요
「연극도……」
「네」
「그런데 전체로보아 일선씨는 지금이 행복한 시대인가요」
「불행에 또불행한시대라 할걸요」
「그러면 幸福의門은 벌서 지나왓서요? 아직 도달치 못햇는요가「?
「그녯날 幸福하엿든 시절이 있었지요 제가 스크린에 나타나면 보잘것없는 재조지만 칭찬해주시는 사회인사가게섯고 제가스테-지에나서 듯잘것없는 노래를 불느면잘한다고 박수해주시는 여러분이계섯스니까 겨우 녀학교나와서 크게배운배없는저로서는 그시절이 幸福하엿고말고요
그러나, 人生에 幸福의 門이 단하나만 있다고생각지 안어요 둘도 셋도……그러기에 앞으로저도 또다시한번 幸福의門을 우슴으로 지나는날이 있을줄알고 기다려요」
「좋은 哲學이로군요 아모조록 낙심치말고 다시한번 녯날의「申一仙」이되어 이 아름다운 「藝術의」이되어주서요」
「감사합니다 잘 지도해주서요」
오랜시간을 이약이하고 일각대문으로 나서니 北靑물장사가 느진아츰 수통물을 지고 걱 걱 소리치며 지나간다

이메일주소 무단 수집거부 권리침해신고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