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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없는 만화―종로야화―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그림 없는 만화―종로야화― 그림없는 漫畵―鐘路夜話―
종    류 수필 隨筆
필    자 조풍연 趙豊衍
출처정보 여성 女性
연    도 1938-09 昭和十三年九月
면    수 74 74
기사
「종노야화」라는 제명이 십상 유행창가의 그것같으나 나는 여기서 유행가에 대하야 말하려는것이 아니다.
실상인즉 나처럼 유행창가에 기이한 신경을갖인 사람이 없는줄안다. 종노에도 우선 큰 악긔점이 너덧이나있는데 모조리 전기축음긔 하나씩은있어서 거기서 제각금 그달 새로 팔려는유행가를 최대한도에 확대된 소리로 방송한다. 두서너집걸러서 악긔점이 있는데는 피차 저서는 아니될까바 참으로 경쟁적인 고음 고성이 흘러나온다. 유행이라면 무엇이고 한때를한가지의것이 일제히 퍼지는것인줄만 안다면 이와같이 너덧집이서 다각각다른 노래를 되푸리해거니까 이것은 벌서 유행하지않는것을 폭노할따름이다. 그러나 축음긔상이 결코 노둔한 머리를 갖었다고는 속단하기 어렵다. 보아라 각처의「유행가」아래는 수없는군중이 떼를 지어 모혀서서는 흘러나오는 노래에맛추어 그들도 함께 노래를 부르고있다. 십오륙세의 소년부터 사오십세의 중년까지 약국집배달, 전긔상회수금원, 두부집더부사리, 일없어 한가한 젊은이, 이같은「근로게급」에 속하는 사람에서부터 양복점주인, 금융조합원, 체신국고원 등등의 쌀라리이맨들, 하여튼 고루고루 모혀서서 여기서한바탕 화음되지않는 혼성합창이열린다. 낮보다도야시가 나을무렵부터 두어시간이한층 분비는데 나는 가끔 여기서서 그들과함께 슬그머니 바리톤을뽑는다. 그러나어쩐셈인지 몇번만 들으면 그 곡조는 대번에 외여지나 그가사(歌詞)만은아모리 외일려도 외여지지 않는다. 그래 나는 그들보다 음악에 대한 신경이 예민하는 대신에 글을 외이는 재조가 둔한줄로 알았다. 그랬더니나의 친구의 하나가 말하는바에 의하면 「유행가곡조란 먼데서 들으면 다 똑같은 까닭에 무어든지 몇가지만 알아노면 대번에 외일수있는것이고 가사인즉 실로 기기묘묘한것을 붙이는까닭에 육법전서를 외일만한 머리가 아니면 도저히 외일수가 없느니라」한다. 그러고보면 이말이 과언이아닌것이 짐작되나 어쨌던 연필로 적어가면서 외일려는 정성만은 사주어야겠다. 나는 어느유행가앞에서 유행가를 듣다가 그옆에 동경에 다녀온 유행가수아닌 모 코로라듀라가수의 독창회포스터어에 박혀진 사진을 무심코 한참 들여다보는동안 바로 흘러저나오는 노래의 주인이 바로 모여사인듯 한 착각을 이르키고 이것은 대단히 실례인줄은 알았으나 매우흥미를 껀 일이 있다. 이밖에도 가령 정신없이도취되어있는 그들의 관상을 한다든가 내다붙인가사를 통일안으로 교정해나가는것은 결코 심심한 노릇이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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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란것이 대개 소설이나 야담처럼 어느주인공을 에워싸는 사건이 줄거리를 꺼러나가는수도 있지만 토막토막 떨어진 잘잘한 이야기도 있다. 가령 이런것. 우리와같이 수통물로만 살아가는 사람은 수통에서 갖나온물을 먹으면서 그 물맛이 어떤가를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을먹고나서 곧 물을먹으면 수통물이 비리다는것을 발견할수있다. -이런것도 이야기의 하나다.
또 가령 카페나 빠아에 출입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런데서 일하는 직업여성들은 최근 「안나」니「아이라」니하는 일종의「펜네임」을 소유하고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하야 얼마간 머리를 써본결과 「아이라」는「안나」가 변한것임을 단정할만한 고증을 발견했다. 즉 「안나」는원어로 쓰면 Anne다. 이것을 미국발음으로하면 「애나」가된다. 애나를한문으로 적으면 「愛羅」가된다. 이것을 국어식으로 읽으면 「아이라」가된다. 고로「안나」=「아이라」이다 즉 「안나」가 구라파에서 미국으로갔다가 거기서조선 평양부근으로 왔다가 다시 현해탄을 건너다녀 온것이「아이라」인것이다. 이것이 이야기꺼리가 못된다면 다른것 하나말하겠다.
독자중에는…………………박사가 언제 단발을하였는지 아는이가 몇이나되는지. 나는 그것을 알고있다. …선생이 단발한것은 지금으로부터 만십년전 소화삼년 (一九二八年)이월구일 오전아홉시서부터 오후한시십오분사이에불란서「마르세이유」에서이다. 그때에「예루살렘」에서 기독교대회가 열림에 참석하는 도중 오전아홉시에「마르세이유」에 상륙하야 오후 한시십오분발「쮸네브」행열차에 탄 김선생은 어느틈엔가 쪽을 짤러 버린것이다.-아마이런것은 당신인…선생도 얼른 기억이 안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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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관」앞에서 주식관람(株式觀覽)이란 기묘한 형식이 있는것을 아는이가 드물것이다. 이것은 코묻은 돈을 쓰는 어린 친구들이 하는것인데 일금 이십전야의 입장료를 서넛이추념을 내서 공평히 구경하는 방법이다. 즉 다섯명의 조합원중 네사람이 오전씩 내서 이십전을 만들면 한사람이 그것을갖이고 들어가서 될수있는대로 오래앉아서 구경을하고나온다음 네 사람에게 그 구경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주는것이다. 네사람의 투자한 사람들은 파견한 선수가 간판과 「스틸」을 가르치며 설명하는것을 자미있게 들음으로써 만족한다. 그 설명이 어찌 세련되고 치밀한지 듣는자로하여금 정말 사진을 보는 이상의 흥미를 껀다. 게다가 아슬아슬한 모험장면을 아기자기하게 설명하는 품이라던지 간간히 비평을 섞는데 이르러서는 어느누가 따를놈이 없다. 번차례로 돌러가며 파견 되니까 오전식 투자하는동안 다섯번째는 실물을 보게되므로 불평이 있을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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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빼쓰」에서 목격한 일이다. 비오는 날의 빼쓰안이란 분비는것은 말할것도 없고 제발 그 들척지근한 냄새나 나지말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날도 비가 몹시 치는지라 빼쓰안은 예에 어기는 법없이 분비었는데 다행이 내가슨앞에 기생처럼 차린 젊은 여자가 앉어서 제법 「코티」향수를풍기므로 나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까지 잊고있었다. 자세히 바라볼나위도 없이 그이의쪽이란 도대체 길에서파는 국화만주만한것이 달렸었다. 빼쓰가 어느 정유장에 스자 앉았던 그는 황급히 일어서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빼쓰가 스톺을하면서 그가 일어나는 순간이 너무나 일치된까닭에 그가 일어스면서 한번 기웃둥하자 내옆에 섰던 대모태 안경쓴 신사의 우산(내우산이 아니다)에 슬적머리뒤를 부드첬다. 아차 하는 사이에 그만그국화만주만한 쪽이 뎅겅 다러났다. 에그머니-비명을 질른것은 그이뿐이아니다. 비명이 일어난다음순간 그머리는 확풀어지면서 단발로 되어버렸다. 아지못게라 그쪽은이른바「가쓰라」였던것이 요술아닌 요술을 피인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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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처음나온 선교사모씨가 조선사람의 밥먹는것을 처음본때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것을 P씨에게 들었다)모씨가보니까 조선사람이 밥을먹는데 중간에 물에다 밥을 말아먹더라고. 모씨속으로 대단히감탄하며-「오오 코리안은 참정말 청결을 위주하는 민족이로군, 밥을 지을때엔 쌀을 맑앟게 씿어밥을 지었을터인데 그것을 먹을때에 다시 한번 물에 빨아먹다니 오오 원더풀.」그러나 그런줄을 모르는 조선사람 그밥을 다 씿어먹더니 맨나종에 그물을 그대로 꿀꺽꿀꺽 들이키더라고. 선교사의코가 저절로 씰눅씰눅 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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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혼 예식장에서 생긴 일이다. 요지음 조선사람도 재래식의 혼인을 페지하고 교회당이나 부민관에서 외딩마아취에 맞춰 신식으로 하는것은 좋은 경향이나 대관절누가 시작했는지 나갈때에 과자한봉지씩 노나 주는 찬성치 못할 버릇이 있다. 그래서 아주 터놓고 말이지 혼인구경가면 의례 피로연이 없으면 과자래도 줄줄로 알고 사돈의 팔촌쯤되는 사람에서 심지어 터문이도 없는 사람까지 참례한다. 시침이를 떼고 어쨌던들어스면 신랑집에서는 신부집손님으로 알고 신부집에서는 신랑집손님으로 알게되니까(아니 누가 누군지 모르니까) 나올때에 버젓이 한봉지 들고나온대도 알턱이 없는것이다 그래 간간이 준비하였던물건이 부족되어 정작 갖어갈손님이 못얻는수가 있다. 이것도 이러한 축이 많은때문에 생긴일인데, 모씨네 혼인날은너무 엄청나게 준비한 물건보다 손님이 많았었다. 그러나 갑작이 보충할도리도없었음으로 이것을 공평히 논기위하야 당사자 들은 긴급히 구수회의를 열었다. 열고 난 결과 무었인가를 결정하였다. 식이 끝나자 손님들은 퇴장하기시작했다. 식장나가는데는 기념품이 싸혀있고 그옆에 한사람이 서서-잠간만 기다리십죠 손님은 영문을 몰르고서있었다. 문쪽에 삑삑이손님들이 몰켜스자 이때야말로 찬스라고 올라섰던 친구는 별안간 기념품을 손님에게 향하야 꺼얹인다. 손님들의 위로는 기념품의 비다. 우박이다. 손님들은 그것을 집느라고 혼잡을 이루었다. 머리를 부딛는다, 발등을밟는다. 맛치 화식(和式)건축의 상냥할때 모찌떡끼얹이는 광경이었다. 께얹이는 작자도 끼얹이는작자려니와 아구다툼을하며 그것을 집기에 열이난놈팽이들도 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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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중학생의 풍기문제가 말성을 이르키는데 때때로는 허물없는 작난을 하는것이 선모슴 중학생이다. 한번은 중학생들이 떼를 지어 학교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때라는 것이 있다금 부질없은 용기를 내어 그들의 앞을 걸어가는 어느 양장한 여인에게 향하야 그들중의 하나가-「여보오.」부른다. 어쩔라고저러나할지음 양장한 여인이 획 돌아다보았다. 그때이었다. 중학생들은 일제히음성을맛춰어-「하아고 부르으면 여보오라고 대답하네?」하고 유행창가를 부르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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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도무지 頭序없이 되고말았지만 이렇게된 까닭도 내가 종노의거리를 걸으면서 이구석 저구석에서 주슨 것이므로 하는수가 없는줄안다. 나는 이런것을 듣는대로 열심히적어둔다. 이것은 내가 시작한것이 아니다 독자중에 챠프린의 「모던타임쓰」란 영화를 본이는 맨나종 장면챠프린이 노래를 잊을까바 토시짝에다가 가사를 적는것이 있는것을 기억할줄 아는데 일터면 나는 그흉내를내어 닥치는대로 적어둔다 그런데 이것도 알고보면 챠프린이 시작한것이 아니라 실상은우리 조선영화게의 거장으로 지금은고인이된 나운규(羅雲奎)씨가 시작한것이다. 그는서양영화를 보다가 감복한 장면이 있으면 그어두운속에서 실로와이사쓰 소매에적었던 것이다.
나는 이이야기를 들었을때 급히 담배갑에다적어두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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