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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가두의 틈입자―방랑의 이국 상인·거리의 악사 치호놉흐와 일문일답―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경성 가두의 틈입자―방랑의 이국 상인·거리의 악사 치호놉흐와 일문일답― 京城街頭의闖入者―放浪의異國商人·거리의樂士 치호-놉흐와一問一答―
종    류 기사 記事
필    자 일성생 一聲生
출처정보 조광 朝光
연    도 1936-03 昭和十一年三月
면    수 102 102
기사
中央로시아에서밀려온紅顔白髮의露人
「엑코-띄온」을 손에들고 구슲은 망향의곡을 치면서 거리로 돌아다니는 색다른 이국인(異國人) 떠러진 옷을입고 추위에 떨면서도 태연히 이거리저거리 이집저집을 기웃그리며 얼굴에 수심빛도없이 돌아다니는그 늙은이 젊은이 어린애까지도 그애코듸온소리에 귀를기우리게하야 단연서울의거리에 인끼를 끌고있는 그는과 연어떤사람인가?
그는지금으로부터 십삼년전 자기고국인 로시아땅을떠나 이산설흔 조선으로와서오늘날까지 화장품장사를하는백게로시아ㅅ사람이다.
일즉 중앙아세아한복판 「야츠키」 현에서와서 그곳 소학교를 졸업하고 이리저리 전전하든끝에 조선땅으로 밀려왔다는그는그이름이 이, 니콜라에빛취·치호놉흐」로써 지금은 자기혼자홍파동(紅把洞) 七八번지에서 외로히장사를하고있다.
「어떠케 조선을 오게됐오?」
어느치운겨울 날거리에서 그를 붙들은기자에게
「일하러왔지오」
하고 그는아-조 막연한 대답을한다.
「로시아서는 일을못하나요?」
「방랑성이있어 그저떠났지요!」
말은 그렇게하나 기자가 추측컨대는 혁명이후 그를 반대하든 한사람으로 거기서 살수없었든 탓인것같다 그리하여기자는그가고국을떠나게된 동긔를 더뭇지는않고
「그럼 안해도 자식도없었오?」
하고 말머리를 돌리니
「안해없는 사람이 어듸있겠소 모-두죽었지오!」
「그래 지금은 어떠케지내시오?」
「지금은 나혼자 지내지오」
「혼자서?」
「네! 그럼 조선와서는 결혼하지않었소?」
「길순이란 조선녀자와 결혼을했었지오」
「언제?」
「오년전에 리별했고 오년동안을 살었으니 십년전옛날이죠!」
「조선여자가 어떻든가요?」
「좋았어요, 퍽 상냥하구 잘 순종하구!」
「그런데웨 헤여젔소?」
「그야 리별하는게 꼭 나뻐서만 헤여지는건않이지오 어떠케 우연한기회에 그만 갈러지고 말었어요」
「그여자의이름은?」
「길순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내가 이름불으기는 「줴냐」라고했어요?」
「미인이였소?」
「네 퍽아름답든여쟈야요?」
「그런데 어린애는 몇이나 있었오」
「없었어요」
「하나도?」
「네!」
「어떻게?」
「그야 알수있나요 아마아히나있었드면 헤여지잔었슬지도 몰으죠」
「그럼그때 그여자나히멫살이나 됐었었오!」
「스물세살이었지오」
「그럼 당신은 지금 멫살이오?」
「쉬인셋입니다」
「그런데혼자 적적하지안소!」
「일하는사람이 적적할게있오?」
「멫시간이나 일합니까?」
「아츰아홉시에 나와서 이거리저거리로 다니며팔다간 전기불이 들어올때야들어오죠」
「밤엔뭘합니까!」
「밤에요 밤에야 화장품을 만들죠?」
「어떤화장품을?」
「미안수 백분 크림 없는게없죠」
「그럼 밤에는 걸 맹글구 낮에는파는구료?」
「그렇지요」
「하로얼마에치나 팝니까?」
「한이십원어치도 팔고 한삼십원어치도팔지요」
「돈은해 뭘할테요」
「그저벌어먹는게죠?」
「그럼 조선서 럼아주사실렵니까」
「기후도 좋고 산천도 좋은 조선땅에 서살다가무치는게 난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로시아는 세상이 달러진 모양인데 돌아갈생각은없오?」
「없어요 가문 뭘 합니까? 난조선이좋아요!」
「그런데 액코-듸온은 웨치고단이오?」
「그건 장사하는 술법이죠 그걸치고 다니면 사람이 주목 해보니 자연많이팔리잔어요?」
「어린애들을 퍽귀해 한다지오?」
「그건 어듸서들었어요? 참! 어린이야 그천진하게 귀엽잔어요 하필조선 애만이않이라 애라면 어느나라애라도 귀여워합니다」
「그런데 돌아다니다가 점심은 뭘먹소?」
「중국요리를먹죠!」
「그럼 아츰 저녁은?」
「그야 로시아ㅅ요리를먹죠!」
「조선 음식은 안먹소?」
「이따금 사먹는데 퍽매워요, 그김치 파는거 맛은좋은데 매워서 맛을몰우겠어요!」
「술은?」
「술은잘먹읍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장사하는사람이애일먹을수야있오?」
「그럼언제먹소?」
「크리쓰마쓰라든지, 부활제(復活祭)때라든지 이런축제일 에먹지오」
「그런땐 어떤 사람들하고 모여서 축연을 베품니까?」
「그럼요 우리 친구들이 모혀자미있게먹구 떠들지오」
「친구들이 어떤사람들입니까?」
「모-두 로시아ㅅ사람들이죠!」
「그들은 대개 뭣들을 합니까?」
「다 일하지요 양복장사가많어요!」
「그들은 다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않읍니까?」
「않지오」
그는 대답이간단하다 아마도 그런이야기인 흥미가없는모양이다.
「여기있는 로시아ㅅ 사람은 당신같이 혼자사는 이가 많소?」
「그렇게많진않어요 대개가정을갓고있지오」
「그런데 웨당신은 혼자사오?실연이라 두했오?」
「아니-요」
그는 로시아사람들특유의 제스츄어를하면서 머리를 쩔레쩔레흔든다 그러나 그의 주름잡힌 동안(童顔)엔어데인지 쓸쓸한 고독이흐르고있다.
「그럼대체 혼자사는 이유가어듸있소」
「혼자가 편안해요!」
그는 끝내 낙천적으로 그것을 무정한다 나는 더잘문을 하지 않고 또딴화제를돌리려할때
「또 무르실게 있소?」
한다 아마도 그는 대단히 바뿐모양이다 그리하여나는 그에게
「바쁨니까?」
하고 물었드니
「네 돈을 벌어야잔소?」
하고 그는다시 손 풍금을 울리면서 화장품싫은 구루마를 조선인부에게 끌리고 빙긋웃는다 그리고는
「우리집에오십시오 오늘저녁일곱시에! 그러면서 자세한 이야기도더합시다」
하고
「다스비다-니야」
를 부르곤 다시거리로 앞길을 옴긴다여전히 망향의 아득한 곡을섬률를 마처 치면서 적은키를 옴기고있다
찌저진 외투자락을 찬바람이 가지고다라날뜻 잡아다리고간다
「여보잠깐 좀 봅시다」
나는 소리를처 그를 다시불러가지고
「사진을 찍힙시다」
하니 그는 빙긋빙긋 웃으면서
「사진요?」
하고 엑코듸온을 손에들고 포-즈를 가진다 그리고는 자긔화장품 구루마에 뚜껑을열고 그것을 좀더잘박어 달나는듯이 빙긋웃는다.
「됐오!」
사진을 다찍고나서
「바쁜데 미얀하오」
했드니
「괜찬습니다」
하고 꾸뻑인사를하고 돌아가려다가 그는다시돌아서々
「당신로시아 언제 갔었오?」
하고 뭇는다
「아-니오」
나는 빙그레웃고
「그럼다시맞납시다」
하고 그를작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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