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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래의 주인공―선우일선 양과의 좌담록―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아름다운 노래의 주인공―선우일선 양과의 좌담록― 아름다운 노래의主人公―鮮于一扇孃과의座談錄―
종    류 좌담 座談
필    자 일기자 一記者
출처정보 신인문학 新人文學
연    도 1936-08 昭和十一年八月
면    수 134 134
기사
[사진] 선우일선 양의 사진 1매

아름다운 노래의主人公
鮮于一扇孃과의座談錄
一記者

「포리도-르」레코-드會社의人氣歌手일뿐더러 現朝鮮의 레코-드界에 確堅한 地盤을 닦었으며, 天與의 그 可憐愛吡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푸로퓔」의 所有者 鮮于一扇氏는 一面에 있어서 孤獨한 女性이오. 우리 流行歌의 「푸리·마돈나」다
두말할것없이 氏의名聲은 「歌手」로서이지만, 다시 돌아보건대 氏는 「妓生」으로도 뚜렷한 存在를 보이고있으며, 다시人生으로서의 意義있는 生活을 하려는 「家庭人」이기도 하다.
어느날. 記者는 茶屋町 私宅으로, 「歌手」로써의 氏를 찾기로했다. 「人氣者」로서 活躍하고, 「藝妓」로서 生活하는 氏인만큼 多忙多事하야 좀처럼 만나지못한 記者의 訪問은 이번이 세번채었다. 大門을 들어서서 來意를 傳했더니, 하얀 저고리에 노랑치마를 입은, 寫眞에서 낯익은 氏가, 몸소 나온다. 그러나 寫眞에서 본것과는 판이 달라, 몹시 젊고, 키가 늘신하다.
『바쁘신데 여러번 찾아와서 죄송합니다』하니
『아이 千萬에……어서 이리루 들어으서요』한다. 손님이오섰는지, 四間마루밑에 뾰죽신이 대여섯켜레 한가로히놓여있다.
건넌방으로 들어가면서
『몹시 바쁘십니까?』물으니
『네에, 그저 늘 그렇지오. 밤낯 바뻐서 돌아다니니깐요』
『會社에는 늘 가서요?』
『아-뇨. 요지음은 한번도 안갓어요』하면서, 매우 괴로운듯이 고개를 왼편으로 기우린다.
『吹込하실때만 가시겠군요?』
『네.』
『最近에 吹込하신것은 어떤 노래입니까?』하니, 약간 문옆에 놓인 體鏡에 얼골을 비췌어보면서
『最近엔 없어요. 한꺼번에 二三枚 吹込했다가, 한장식 發賣하니깐요 아마 二月新譜에도 한장 나올 것입니다』
하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레코-드를 喧傳한다.
『대개 아침엔 몇시에 일어나서요?』하니, 氏는 情답게 웃으시면서
『호호호! 아침일지, 저녁일지 저도 모르지요. 열한시나 열두시에 일어나니깐요. 원체 일이바뻐서, 밤에는 새로 네時가 되어야 잔답니다』하는바람에 記者는, 무슨영문을 몰라,
(이아가씨 우리와는 正反對로구나!)
하고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퉁명스럽게 처다보니 氏는 記者의 視線을 大膽하게 받아넘기면서,
『우리같이 妓生의 몸이되면 할수없는 일이지오』
하면서, 鈍感한 記者의 存在같은것은 잊어버린듯, 얼골에 愁心을 띄운다.
『그럼 食事는 自然히 不規則하겠군요?』
『네. 아침을 열두시에 먹을때도있고, 저녁을 새벽에먹을때도 있어요』한다.
飮食은, 무엇을 가장 좋아하시는가고 물었더니, 氏는그저 漠然하게
『조선음식을 좋와합니다. 外國것이나 日本음식은 그저間或 양념마추는格으로 먹을뿐이얘요』하며, 運動은할時間이 없는탓으로, 自然히 못하게되고, 花草는 싫여하고 繪畵는 퍽좋와하신다 면서,
『그림중에도 울긋묽읏한것은 싫여해요! 잔잔한 바다ㅅ가에 외로히 떠있는 힌돛배의 그림이라던지 아득한沙漠속에 고요히 솟아있는 야자수의 그림같이 외롭고 눈물겨운 그림을 좋와해요』하며, 문듯 무엇을 생각하는듯 눈을 아래로 내려감는다. 千겹萬겹으로 둘러싼 옛城址속에 홀로히 피여있는 진달래꽂을 聯想했음인가?―
『音樂以外의 藝術을 즐겨하서요?』
하고 氏의 마음을 잪었더니,
『글세, 流行歌뿐이지 참다운 音樂조차 저는 몰라요 아니,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얘요……소리하는外에 間間히 小說을 읽지오. 春園을 좋와하고, 그밖에 몇몇 사람의것도 읽어요. 그리고 저는 活動寫眞보다 演劇을 퍽 좋와하지요. 웬일인지 演劇은 實感이있어서 좋와요.』하며 매우 文學的이다.
『演劇은 悲劇을 즐기서요? 喜劇을 즐기서요?』하고 물으니, 氏는 퍽 외로운 表情을 지으시면서
『喜劇보다도 저는 悲劇을 좋와해요! 슬픈것을 보고지않으면, 웬일인지 마음이 풀리지 않는것만같지오……』하며 그는 동그스럼한 눈으로 記者의 얼굴을 처다보면서, 슬픈 웃음을 웃는다.
『하하하 좋은 趣味이지오!』
하고 「趣味」라고 解釋하는것으로써 氏의 마음과 묵어운 空氣를 깨트릴양으로,
『지금까지 가장 自信있다고 생각하는 노래는?』
『自信까지야 갈수없겠지오만, 제가 좋왔다고 생각한것은 「꽃을잡고」였어요』하며, 曲調도 좋거니와 歌詞가 마음에 꼭맞아, 그노래를 불을때마다 웬일인지 제自身의 身勢를 하소하는것같애서 눈물겹다고 한다. 記者는, 레코-드에서 익은 「꽃을잡고」를 한마디, 請하고 싶은생각은 간절했으나, 初面에 주책없는듯해서,
『처음부터 「포리도-르」會社에 들어가섰는가요?』
『네, 해ㅅ수로는 三年이됩니다. 제가 열일곱살때에 平壤에서 서울왔으니까?』
하고 이便에서 물을려는것을 시원스럽게 툭터러놓는다 氏는 목소리와 藝妓뿐만이 아니라, 말재조도 상당하다
『그럼 美에對한 秘訣을 말슴해주서요』
『미-?』
『네, 아름다울 美人字!』하고, 記者는 벼락같은 소리-가 아니라, 작으막한 소리를 글외이듯했다. 그리자 氏는 알아채리고,
『네에. 그러나 저는 별로히 美에對한 秘訣같은 것은 없어요 다만 몸에 알맞게 너무 치장도 아니하고, 화려한의복도 않입어요. 저고리는 늘 힌색스로 하지오. 힌색슬 좋와해요』하며, 粉, 기름같은것도 남처럼 몹시 발으지않는다고 素朴하고, 單純하고 사양 많은氏는 어김없는 조선의딸이다―記者는 약간 氏의 얼굴과 表情을 살피고난뒤에, 將來에 이룰 家庭에 對한抱負와 見解를 물으니, 氏는약간 얼굴을 붉히면서도, 快活한 語調로
『뭘요. 별것이 있겠어요. 좋은 집을짓고, 좋은 음식에 좋은 사람을두고 호사할 생각은 조곰도 없어요! 그저 普通사람과같이 生活하여가면, 그뿐이지오』하며, 어대까지나 素朴한 態度를 取한다. 記者는 氏의 그단정한 態度와 理想에 敬意를 表하면서,
『그렇다면 相對者는 어떤사람을?』
『어떤地位, 어떤 階級을 不問하고- 그것이 비록 世上에서 천하게 역이는 處地에있는 사람일지언정, 마음이맞고, 뜻이맞는 사람이면은 그만이겠지오……』하면서 말끝을 웃음으로 흐려버린다. 記者는 그의 웃음에 따라웃으며,
『失禮의 말슴입니다만 연애해보신일이 있으서요?』하니, 果然 氏는 새하얀 얼굴을 금시에 붉게 물드리면서, 「없다」고 하신다. 하고싶은일, 가고싶은 곳도 별로 없으시다고 웨냐 물으니, 않되고, 못될것을 생각하면 무얼해요? 하고 反問한다.
(허! 이거 큰일났는걸)하고, 속으로 중얼거렸으나, 하느님 불을수도 없고해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하고 머리를 긁었다.
『만나보고 싶은 사람-있지오. 有名하다고 하는 사람들을 다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가령 機會가 있다고 假定해도 面會할지 않할지 모르지오』
『지금 東京에 聲樂王이라고하는 「샤리아핀」이 왔다는데, 가서 만날생각은 없어요?』하니, 입술에 가볍게 웃음을 띄우고 만약 그사람이 서울에 온다고 假定해도, 감히 그의 門前에 설수 있을지 없을지, 적은 제몸으로서는 알수없는 일이라면서, 호호 웃고만다. 그러나 속에 넘치는 憧憬과, 깊이 담어둔 奮發心은, 아모리 사양하려하여도 사양할수없는 것이다.
―記者는 일어날 準備를 하면서, 人氣者로서 生活하는 氏의 身邊에 떠도는 風說이라던지, 꼬싶等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물으니,
『남의 흉보다가 氣盡하면 그만두겠지오. 저는 별로그런것에 留意하거나, 或은 否認할려고도 애쓰잖어요. 옛말에 남의 흉보기도 석달열흘(三月十日)이라고, 스스로 없어질것이니깐요. 호호호』하면서, 根據없는 風說에는 귀를 기우리지 않는다고 한다.
名譽와 虛僞와, 慾望을 사람에게 보이지않고, 慈悲와 情愛와, 아뜰함을 보이는 鮮于一扇氏는 平和롭게 자라나는 「레코-드」界의 비듥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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