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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대표 극단 종합판 호화선―배우 수기 여로 10년―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조선 대표 극단 종합판 호화선―배우 수기 여로 10년― 朝鮮代表劇團綜合版 豪華船―俳優手記 旅路十年―
종    류 수기 手記
필    자 이청산 李靑山
출처정보 삼천리 三千里
연    도 1941-03 昭和十六年三月
면    수 206 (206)
기사
X月X日밤
松汀里에서 가라탄 汽車가 아즉도 金堤만경뜰을 달니고있다. 섯달대목……있다금 車窓에는 쌀애기같은 흰눈빨이 사정없이 부딋는대 車깐은 김이서리도록 훈훈하다.
어제도 汽車를 타고 오늘도 汽車를 타고 또 래일도 汽車를 타야할 모양……汽車를 자조 타는것과 再上演하는것과는 劇團生活에서 제일 질력나는일이다.
한참전에 잠이들어서 맛있게 코를 굴고 누어있는판인대 저편칸에서 어대서 올라탓는지도 몰으는 村영감이 젊은女子와 자리를 다투는 是非일어나서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이외다 저외다 작자공이치는바람에 나는 흔들어 깨우는사람도 없는데 놀나 깨었다. 짜증이 불끈 소사올으는 것을 꿀컥 삼키고 졸닌 하품을 죽이려고 담배를 피워물었다. 한입 가뜩 담뱃연기를 내어 풍기며 무심코 그쪽을 바라보니 자리를 다투는 底級한 鬪爭이 인데 겨오 끝장이 난 모양인데 겸국은 村영감이 젓다. 어슬렁어슬렁 입맛이 쓴것처럼 혼자투덜거리며 이쪽으로 온다.
남의 단잠을 깨운것을 生覺하면 미웁기도 限量이 없으나 귀밑에 흰서리를 보니 참아 남으렐수도없고 그야말로 미운놈 떡하나 더준다는격으로 『내옆에 앉으시요……』하고 툭명스럽게 자리를 권하였드니 村영감……별로 고마웁다는 표시도 하지않고 쑥 엉둥이를 드리민다. 잠깐 가벼운 沈黙으로 몇瞬間이 지났다. 汽車는 어느 산모통이 카―부를 돌아가는지 약간 速力을 덜내면서, 큰 생색이나 내는것처럼 삑삑하고 두어번 고동을 울닌다. 한참만에 나는 입을 열었다. 『어대까지 가시요』……車깐에서 우연히 한자리에 앉게되면 낯몰으는 사람들끼리 의례 껀물어보는 말이다. 村영감……『奉天가라오……』하고 구타여 돌아다보려고도 하지안는다. 나……『奉天뭘하러 가시요?』하고 또 물어보았드니 이번은 약간 나즉한 목소리로 村영감……『딸년차지러가라오』하고 알에를 보며 한숨을쉰다. 그의 沈鬱한 音聲이나 陰散한 表情이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듯……나는 好奇心이 문뜩 생겼다.
나는 위선 담배한개를 권하야 피여물게 하야놓고 또다시 수작을 걸었다. 나……『따님은 奉天서 무얼하고 계심니까?』 村영감……『무슨 지랄을 헤쌋는지 내가 알어라오, 三年前에 도망해 나갔는데 입때 아무소식도 몰나 싸코 죽은줄만 알고 있으니께, 얼마전에 청국서 나온 사람편에 들응께로 잡것이 奉天있더레유, 明月舘인가 하는듸서 월급먹고 있는듸 유리꼬상이라고 일홈을 고첬으니께 그렇게 찾으면 맞나볼넝가 원 몰느지라오, 잡것이 돈 막벌고 혼자 처먹나분데 이번 가서 맞나기만하면 그냥 안둬라오』나……『그냥 안두면 어떡하실 작정이서요?』 村영감……『저하고 나하고 죽지라오, 아배도 몰으고 어매도 몰으는걸 살려두면 뭐하듸요』하고 더 말하는것이 긴않은듯이 얼굴을 돌려바리는것을 보니 아마 딸년이야기만해도 화가 나는 모양이다. 나도 더 물어보려고 하지않었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딱한 일이다. 奉天이 어디 붙었는지도 몰으는 村老人이 바람둥이 딸자식을 맞나보려고 數千里길을 겨우 단심하고 찾어갔다가 만일 못맞나면 어찌할가 明月舘 유리꼬상을 찾어가서 요행히 자기딸을 맞난다 하드라도 혹시 푸대접이나 하지않을는지? 남의 일인대도 공연히 궁금증이 나고 걱정스러워 견딀수가 없다.
이생각 저생각 갈피없는 空想을 하다가 문득 그老人을 돌아다보니 장차 내앞에 닥처올 무서운 事實을 도모지 몰은다는듯……어는세 꾸벅꾸벅 졸고만있다. 흘러간 歲月의 苦難의歷史를 말하는 주름잡힌 얼굴우에 하느적거리는 흰머리카락이 더욱 浮散하다. 이老人에게도 나같은 子息이있고 나에게도 이老人과 같은 父母가 있거니……하고 사정을 내몸에 比諭해보노라니 별안간 가슴속이 뭉클해진다. 生覺은 追憶의실마리를 더듬어가며 먼故鄕의 얕으막한 지붕밑 燈잔불옆으로 기여든다. 아! 아버지! 어머니! 이아들을 맞나보는 꿈을 역그며 오늘밤도 편안히 주무시나있가? 나는 사르르 눈을 감았다. 점점 눈자위가 뜨거워진다. 한편 옆에는 자식그리워하는 老人, 또한편에는 어버이를 그리는 나……아! 汽車는 간다. 유리꼬상아버지와 나를 실흔 무심한 汽車는 저혼자 바뿐듯이 줄달음친다. 밤은 점점 지터가는대…….
(湖南線列車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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