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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형수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노래하는 사형수 노래하는 死刑囚
종    류 기사 記事
필    자 양상호 楊相浩
출처정보 별건곤 別乾坤
연    도 1931-12 昭和六年十二月
면    수 24 24
기사
북만주 흑룡강(黑龍江)연안은 원래부터사금(砂金)만히나기로유명한곳인데 관도 (觀都) 금장, 막하(漠河) 금장, 기건 (奇乾) 금장여경(餘慶)금장은 八十퍼-센트내지九十퍼-센트의금질을가진 실로 방대한황금의산출지역인것이다.
이제 이야기에발생지인 태평구(太平溝)라는데는 관도금장국관할하에잇는한금장이다.
금장에서 일하는채금부 (採金夫)들로말하면 각기『쿨리』두목의지배하에 금광국의규정에의하야 금을캐는데 캐여낸사금은 일절 공정가격으로 금광국에매수하고 절대로 사사로히 팔지는못하는것이다. 그리고 사금한량중에대하야 사륙분금 (四六分金) 이라고하야 四분은 금광국에납부하게하고 六분을 채금부가차지하세 규약이되여잇다.
그런데 무지한그들은 이六분의소득만으로는 만족이되지못하야각금엄중한감시의눈을속여 사금을목구녕으로 삼켜넘기기도하고 혹은숨겨두기도하고 기외 여러가지수단으로 감추어두엇다가 조흔기회에는가지고 탈출하여버리는것이다.
그러나 이탈출이 여간어렵고 모험인것이아니다. 목숨을내걸지안코서는 생각도할수업다.
그들이 엄중한감시의눈을 속이여탈출한다할지라도 방법은하나밧게업게된다즉이금장을싸고돈 연련한산악지대를잠행하야 흑룡강가의어느곳으로지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지저나가기에는 여러가지의난관잇다 몃백년 몃천년을두고 독기에한번혀보지못한 울울창창한대삼림이잇는지라 일단 방향을일케되면 영영이깁흔산중에서 헤매지안을수업게된다. 그만아니라 호랑이 늑대와가튼맹수가 낫밤을가리지안코 으르렁거려서 닥하면맹수의밥이되고만다. 그인가?아니다. 무서운위협이잇다 그것은 맹수이상의 포악한마적 (馬賊) 의일종이니 금광탈주자를 노리고 이무서운산속을 횡행하는것이다.
이이야기의주인공도 역시 이러한 도적의하나인데 전에 태평구에서 채금부노릇을한관게로 탈출자의 도망하는경로를잘알아서 그들이 탈출하는시기를 기다렷다가는 잔인한범행을하야 관헌에게붓들려 사형선고를 밧기전지에는 수만흔채금부가 희생을당하엿든것이다.
그런대 이도적이 사형을바덧다는 사실보다도 더자미잇고 우수운아야기가잇는것이다.
그자는 천성으로 목청이곱은데다가 노래를 여간잘하지아니하엿다. 그래서 옥문을직히는경리들은 각금 그자의노래를 듯게되는데 드를적마다 그자의노래에반하고마럿다 그러다가 노래ㅅ소리가 전옥(典獄)의귀에지드러가게되엿다. 전옥영감은상당한풍류랑이요 오입쟁이이라 그자의 노래소리를한번듯고는 크게감동되여 드듸어 사형수를위하야 고금에업는 기상천외의 진기한게획을세웟다. 그리하야 명령이한번러지자 게획은 착착 진행되엿다-
도적은 닥처오는사형을압두고 비통한감격에면서도 그날의 훌륭한 주역(主役)이되기를승락하고 자긔의 과거반생을 노래로지엇다. 그노래의 내용은 대개이러한이다.
몃십년이되엿슬고 그 녯날에
고국 산동을날는
부모님 형제에게 애인에게
흑룡강강ㅅ가의 황금모래를
려허칠만큼 가저오마고
깁부게 용기잇게 길낫는데
쿨리분산장(分散場)인 할빈 (哈彌賓)에서
쿨리두목에게 려가지고
송화강을나려서 삼강구에서
구비구비흑룡강을 올라갓다네
태평구(太平溝)황금모래 파보앗스나
한대로도 파지못하고
어느틈에다른 조흔술맛과
아양는게집을 닛지못하고
몸동이도 혼도 거치러저서
드듸여 금장을 탈출하엿네
이제는 고향에도 못가는이몸
할수업시 판에 산에드러가
귀신가튼몸으로 낫분일만하다가
천벌이라 형장에 송장되다니
얼마나 애처로운 이노릇인가
지금의내운명을 저주하노라
그러타고 지금에 새삼스럽게
고향이니 게집이니 황금이에
애이 정이잇서 그러함도아니다
그러케 이내몸은 못난이가아니다
기왕 이러케 된바하고는
천성으로타고난 고흔소리로
이내몸의 기구한 팔자타령을
이내몸의 비창한 마지를
노래하고 노래하고 노래하야
이세상놈들에게 듯고반하게
이내몸의노래로 나도반하고
그리고는 픽쓰러저 죽는다네
얼마나 훌륭한 죽엄이리요
부럽지 안으냐 세상놈들아
영리한체하고도 못난놈들아
이내몸을 불행하다 조소하겟지
그러나 그것은 큰잘못이다.
지옥의귀신이나 사형이나
이내몸은 조곰도 두렵지 안타
이내몸은 유쾌하고 깁부나
이내몸은 곱고고운 이목청으로
죽엄의최후지 노래하리라····
그날은도라왓다. 어느틈에 소문이 전하여젓는지 동리사람들은 호기심으로 진기한구경거리를 보고자 몰니기시작하얏다.
먼저 五六명의기마대가 압스고 그다음에는 二렬종대로느러슨병정들이 모-젤식권총을 햇빗에 번어리면서 칼을쓴사형수를 한가운데에세우고발을맞추며 당당히거러간다. 그날의감독자요주최자인전옥영감은 말우에올라안저 위풍이당당하다.
명곡의노래가 사형수의입으로부터 흘너나오기시작하엿다. 절절한애음, 요요한여운, 중국일류의 우는듯도하고 원망하는듯도한 면면한「멜로디」에 맛케 몰려온관중이며 경호하는병정들지 노래에취하야 잠잠하다. 그노래가 一층고조에달한즉 행진하는병정들이 감동이극히 되야 자긔네들도모르게 잘한다 잘한다-소리가 절노나오며 나종에는 그노래를라부르게지되엿다.
병정들이 화창하는바람에 사형수는 한층더 목소리를놉히여 극적인 그의최후의비장감(悲壯感)에 스스로도취한듯이 목전에닥친 죽엄의공포도니저버리고 예술의황홀경에잠기여 목청은 더욱 더욱고와진다.
비장한 그산송장의행렬을 동리박게 형장인 풀밧에 이르럿다. 이지 영웅적기분에도취하야 생사박게서 초연히노래부르든예술가는 갑작히 몸부림치기시작하엿다 죽엄압헤는 여하한예술가도 생물의본색이 드러나는모양이다.
『나를죽여! 네놈들을 긔어코 모조리죽일 터이다, 귀신됏서····』하며 자식, 개자식, 가지각색의욕을 퍼부으며 것잡을수업슬만콤 날다.
그이다. 등뒤로부터 모-젤권총이 날카로운불ㅅ길을토하면서 쾅! 하엿다. 광! 소리가 멀니 산에울니엇다. 희미한푸른여기와함 위대한 예술가의 최후의숨길도허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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