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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의 수첩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연기자의 수첩 演技者의手帖
종    류 일기 日記
필    자 지경순 池京順
출처정보 삼천리 三千里
연    도 1940-10 昭和十五年十月
면    수 174 (174)
기사
-『안해의倫理』撮影日記-

X月X日
十年一昔이란말이있다.
생각하면 스스로 얼굴을 붉힐만큼 부끄러운일이나 舞臺우에 生活을 가진지 벌서 十年을 헤이게된다.
이 十年이란 蓄積된時間이 演技者로써 또는 한 女子로써의 내게무엇을 어떻게 寄與하고 흘러갔는지는 돌아보는 지금도 어둡기만하다.
여하간 나는 어제부터 舞臺가 아닌 카메라앞에 스게되었다.
經驗의處女地인 黑白의 幻想國의질거운 捕虜가 된 내마음이란 試驗官앞에 슨 어린애같이 설네이는가슴을 이상한 興奮속에서 느끼지않을수없다.
웃우운말이지만 藝道十年이란 毫末의矜恃조차 許치않을만큼 내게는어색하고 서투른것이 카메라앞에 나스는 態度인것 만같다. 特히 내가맡은役이 이『안해의倫理』의 過半分을 左右한다고 볼수있는 主人公役인『英淑』이기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特徵的인것은 藝興社撮影班의 全體的인印象과 雰圍氣에있다할것이다. 젊은映畵陣을 自負하는 撮影班全員이 그러하려니와 더욱이 朝鮮은 처음인 監督K氏의 말할수없이緻密한 演技指導와 지나치게 眞摯한때는 한편 짜증이 나면서도 藝術家的인 態度에 敬服하지 않을수없다.
오늘도 城北町 『로케』에서 『테스트』! 하고 부르짖으며 全神經을 集中하여 凝視할때 外樣이 퍽 弱한분이라 卒倒하지 않을가 생각될만큼진정 무서웠다. 이렇게.. 『테스트』만 여덜번 아홉번식 할때가있다.


X月X日
어제 몇번이고 거듭되는 우리 金監督氏의 『테스트』 施風과 오래간만에 시달린關係도 있었지만 제일구경군들 包圍陣에 氣壓되어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묵어웠다.
그런데다가 오늘 美容室場面인만큼 몇십키로 왓트나 되는지 정말수박만큼한 電球의放射線에 등에는지렁이같이 땀이 기도니 견댈수없었다. 제일 눈도 부시려니와『파-머넨트』하는 머러에까지 電光이 내려쪼여 머러가 머엉한것이 정신차릴수없다.
결국 演技를 닦는다는것은 나히의苦行 그대로임을 새삼스러히 느낄만큼 요사히는 半逢變이 계속된다. 『라잇트』의 總攻擊이 너무 뜨거워서 못살겠다고 했드니 옆에있던製作主任X氏의 말슴이 짓궂이다.
「안해의倫理는 本是 奴隷의倫理에 通하는것을 모르는군! 허허허허!」
「그럼 母系制度때의 男便의 倫理는 家蓄의倫理에 通했습니까? 호호호호」
弄談이라도 너무 짓궂이기에 쏴준 내反問에 製作主任氏「헤에-」해버러는것이 若干 통쾌했다.

X月X日
오늘은 曇天의德澤(!)으로 午前中社에서 쉬일수있었다. 英淑의 即내 아들役인 協이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無慮『갸라메르』다섯개를얻어먹어 暴利行爲라고 X氏에게서非難(!)을 받었다.
應接室에 둘러앉어 非公式演技合評會가 있었는데 나는『稍良』이라는 惶悚한評을 들어 마음에 부끄러웠다. 다른사람은 勿論 스스로 會心할 演技는 가일수없는가! 다시안타가웠다. 表現의괴로움이란 演技者의 永遠한 課題이라면 丹心으로 硏磨해야되겠지만 때로는 自己才能을 疑心하지 않을수없고 이를때마다그저 다른 많은 女子와같이 平凡한家庭人이되는便이 여러가지 意味에서 옳지않을가 逡巡케된다. 事實 사람에게는 情熱과 意慾으로만은 이루지못하는 무엇이있다. 그러기때문에「可能을 信念할수있는사람은 分明히 사람만이 가질수있는 最上의자랑과 幸福을 아울러 갖는것이러라.
저녁부터 하늘이 맑어지니 來日은 昌慶苑로케를 가게될것이다. 그러고보면 서울살면서도 昌慶苑가본지도 오래인것을 새삼스러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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