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문헌
검색 > 문헌 > 기사
악랑다방기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악랑다방기 樂浪茶房記
종    류 수필 隨筆
필    자 이효석 李孝石
출처정보 박문 博文
연    도 1938-12 昭和十三年十二月
면    수 18 18
기사
運動不足이 될까를 경계 해서 學校에서 나가는 時間을 利用해 茶房까지 거러가고 茶房에서 다시 집까지 걸어가는 이 코오스를 작정하고도 날씨가 추어지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勵行의 날이 차차 줄어져간다 집에서 學校까지 十分 學校에서 茶房까지 二十分 茶房에서 집까지 三十分 假量의 距離-이 만큼만 걸으면 하루의 運動으로 足하리라 고 생각한것이다. 東京서 온 小說쓰는 이에게서 一日二時間散步說을 듣고 着想한 計劃이었으나 그의 半인 한時間 散步도 如意치 못한것이다.
茶房에를 간다고 해도 午后 네時前後時刻에는 먹을것도 만만치않다 ■지빠른 때래서 이時刻에 배를채우면 저녁이 맛없어진다. 커피에다 훗 · 케익이나 먹고나면 저녁구미는 아조 똑 떨어져 버린다. 空腹에 커피는 위험한 것이나 紅茶를 마시자니 香氣없는 뜸물이 속에차지고 레몬 · 스캇쉬를 마시자면 날마다의飮料로는 지나쳐 사치 하다. 대체 요새의 茶房이라는 것이 커피의 味覺에는 纖細한 注意를 베풀면서도 紅茶은 아주 等閑視해버린다. 紅茶의 眞意라는 것은 립톤의 새통을 사다가 집에서 우려내는 僅僅 數三日동안에 있는것이지 아무리 貯藏에 注意해도 그時期를 지나면 風味는 完全히 다라나버린다. 호텔에서 먹는 것이나 茶房에서 請한 것이나 집에서 우린것이나 다같이 들큼한 뜸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平壤에 茶房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요 數年間의 일이다. 「히노토리」와 「마즈르카」만이 있을때에는 寂寞의 感이 없지않더니 별안간 올을잡아들면서 「야마토」 「세르팡」 「뿌라질」의 세집이 雨後의 竹筍같이 솟아나 茶客의 목을 적시어 주게 되었으나 아직도 그 어느곳이나 設備 意匠等 不足한 點이많다. 들으니 年內로또 두 집이 생긴다는 소식이다. 그렇게되면 合 일곱곳의 茶房이 앉는셈으로 一年동안에 이렇게 수다 스럽게 늘어가는 장사는 外에 볼 수없는 것이나 當業者끼리는 彼此에 눈의 敵일른지 몰라도 茶客의 편으로 볼때에는 茶房의 格式도 점점 나어질터이니 이런 반가울 데는 없다. 일곱곳 아니라 七의七倍가 는다 하더라도 좋은것이 各各 特色을 나타내고 風格을 가추어간다면 茶客의 類別도 제절로 나누어지고 各各 갈곳이 스스로 作定될 것이다. 사실 지금 같아서는 꼭 가고 싶은 한 곳이 라는것이 아직 없다. 그 만큼 모든 범절이 설피다.
音樂에 自信 있는 茶房은 방안이 휑뎅그레해서 氣分이 沈着해 지지못하고 안온한 집이라고 찾아 가면 音樂이 설피고 茶娘있는 곳을 들어가면 언제나 俗輩가 雲集해 있고- 도무지 마땅한 곳이 없다. 그러나 역시 音樂을 眼目에 두고 「세르팡」을 찾는 것이 가장 有益한듯하다. 네時前後면 茶客의 그림자가 삐일뿐아니라 때로는 혼자 앉게되는 적도 있다. 茶 한 盞을 분부하고 三四十分동안 앉아 있노라면 웬만한 交響樂 한篇쯤은 完全히 들을수있다. 챠이스콥키이의 「파세틱」도 좋고 베토벤의 르리오 「大公」같은것도 알맞은 時間에 끝난다. 大曲이 너무 세찰때에는 「하와얀 · 멜로디」도 좋은 것이며 째스音樂도 반드시 輕蔑할것은 못된다.
어떻던 이 散步의 時刻前後가 茶房을 찾기에는 가장 고요하고 適當한 때이지 밤에는 아예 갈곳이 못되는것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데다 까딱 하다가는 門下의 學生들을 만나기가 일수다. 介中에는 한卓子에 請해와도 좋은 사람도 있기는 하나 거기는 저쪽도 거북스럽고 이쪽도 편편치 못하다. 서울서는 學生들의 茶房出入을 禁하다는 소문이나 平壤에는 아직 그런 嚴格한律度는 서지 않았고 四角帽패라야 단 두校뿐이니 寞大하게 取扱은 하나 그만큼 그 들의 자태는 더 눈에 띠이게 되고 한 茶房에서 마주칠때에는 彼此에 편안치못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차라리 밤에는 茶房入을 삼가게된다.
茶房行에도 이 程度의 조그만 受難은 있는 것이다. 세상에 편편한 일 한가지나 있으리 속히 이곳에도 서울만치 茶房이 자꾸자꾸 늘어서 좋은音樂 많이 들리고 좋은茶 많이 먹이게 하고 웬만한 구석목 茶房에 들어가서 쯤은 學生의 그림자 눈에 안띠이게 될 날을 기다린다.
十三, 十一月十一日 於樂浪.
이메일주소 무단 수집거부 권리침해신고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