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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남녀 음악가에게 여하노라
구분 표준화 정보 원문정보
기사제목 현대 남녀 음악가에게 여하노라 現代男女音樂家에게與하노라
종    류 기사 記事
필    자 기암 磯岩
출처정보 별건곤 別乾坤
연    도 1927-03 昭和二年三月
면    수 46 (46)
기사
陵忠臣壇에서 朴堧

한봄빗이 한양의 녯도읍을 차저도라오건만 흔집에는 녯님금이 이믜도라가고 탑골공원八모정에서 정악(正樂)의소리좃차 친지도 벌서오래이다. 놉흔언덕 러진나무에 아츰해 느진석양에 외로히지저귀는 마귀소리 이른매화붉은가지에 재재거리는 참새소리는 온화한봄바람속에 자연의음곡을 아뢰이고잇것만 사람사는이사회는 왜이리도 식그럽고 복잡하기만하냐?
지하국(地下國)을 찻기에도 정히조흔 이한밤ㅅ중! 식그럽던도회도 이믜 잠을드러가고 밝은달만 중천에 홀로소사 인간세상의 하로력사를굽어헤여보는듯 찬안개는 희미하게 山골작이에 잠겨잇고 먼철의종소리만 은은히 깁흔밤의공긔를헛치고 들녀온다. 만일 이 방문객으로서 토벤의악재(樂才)가잇섯던덜 고요한 밤거리를것다가 장님색씨를 위하야 월광(月光)의곡조를 타줌직도 한밤이요 八년풍진초전쟁(楚漢戰爭)가트면 장자방(張子房)의옥통소가 처량하게도 고향생각을러내여 초ㅅ나라군사를 헛트러줌직도 한밤이다. 녜전가트면 우리한양성중에도 보신각의인경소리가 웅장히울니여 사대문(四大門)이 닷치고 인적이 처질이다.
달밝은밤에 청아한음악! 엇재서나 인연이 잇는것갓다. 그러면 이번에는 지하국으로 음악가(音樂家)나 차저가자. 잠자는듯 는듯 달빗을라 먼절의종소리를라 한거름두거름 압흐로나간곳이 장릉충신단(莊陵忠臣壇)이요 그단속에 한자리를잡고잇는 얼골 에엽부고 위풍이호매하야 보기에도예술가의풍치가 잇서 뵈는어른이 뭇지안이해도 란게박연(蘭溪朴堧)선생인줄을 알수가 잇섯다. 五百年전 우리음악가로 효행잇고 충절잇던 박선생은 우리에게 무슨교훈과 무슨부락을 하여주섯는가? 단하에업드려 공손히 방문한을 고한나에게 선생은 엽헤달어맨 자긔손으로만든 편경(編磬)을한번처서 내게들녀준후 이러케 랑랑한 어조로 순순히 말슴하여주섯다.
『여보게 이것이 내가 五百年전에 내손으로만든편경일세. 五百年전썩은인물의 만드러노흔 무근물건이 五百年후모든문명이 굉장한진보를한현대사람에게 一문의가치나 잇서뵈이겟는가.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내가 그 상감님의명을바더 내머리내손으로 창조해낸것일세. 내가 자랑을하는말갓지만 나는 그것을 창조하기에 얼마나 진실한 정성과힘을 기우렷던지 모르네. 내가 지금생각하여도 엇저면 그러케 정성이지극하엿던지 내일이로되 내가의심날지경일세. 예술은 천재라야 배울수도잇고 지을수도 잇다하지만 거긔에도 지성과노력이업시는안되느니 예술이창조에는 천재도필요하지만 지성과노력이업고는 참말예술가가되기어려운것일세.
그런데 요새 우리조선청년들의 소위예술가니 음악가니하고 드는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한심하야서 참아 눈으로볼수가잇던가. 나는 이 지하에서도 몃번이나 몃번이나 거운눈물을흘니며 조선의청년 남녀 음악가들을위하야 우럿는지모르네. 자네가 긔위 여긔를차저왓스니말일세마는 요세 우리조선에 소위 음악가라고 하는사람들을보면 모다 음악이라는것을 그저유희시하고 한향락긔구로만알데나그려. 예술의의의가무엇인지 음악가의임무가 무엇인지는 조금도생각지안코 함부로내두르다가 무슨성공도하기전에 몸부터망치고 일홈부터 타락식히고 량심지 좀이먹어서 그들의말로라고는 하나도완전한이가업스니 그 노릇이 하지아니한가. 내가 그런남녀들의일홈지 들지아니하여도 현세에잇는자네가 더자세히알겟스니 내가 일부러지명할것도업네마는 소위예술가의하나라고해가지고 그러케타락하고서야 무엇이되겟는가?
요세는 소위 남녀중학생아이들지 겨드랑이에 이올린을고다니고 부자런인(戀人)을졸나서 제집에다 피아노를 사노코 무엇이 무엇인지 멋도모르며 당거리고안젓는모양이란 아이들작난이라면 귀엽기도하지만-그거야 아이들이라고 음악을배우지말라는법이야 잇겟나마는 너무나주착업시 날는품이야 오른안목을가진이면 눈이시여서보고잇겟던가? 그러고서 참다운무슨음악가니 예술가니 나기를바라겟는가. 그저작난이요 흉내로만 세상을지내러드니 무엇이되겟나. 작난이요 흉내라도 좀의미잇시하고 톡톡히햇스면 다소희망이잇슬터이지만 엉터리업는작난과 것모양만할는흉내는 죽도밥도안되느니. 도라가거든 음악가되랴는 우리조선청년남녀들에게 아모록 지성과노력으로 참정신 오른태도를가지고 나가라하게 그러야창조적재조도 발휘되고 정말대가가나올것일세 이것이 늙은아비의 어린자식 교훈하는것가튼 진부한소리이지만 나는 진정으로 자네편에 부탁하여보내는말일세. 그러고 리왕직의정악대(李王職의正樂隊)지 돈이업서서 유지를못하고 문을다덧다지······』
하며 백발이성성하고 안채가령통한 선생의눈에서는 구슬가튼눈물이 러저 관복의옷깃을적시엿다. 『유명(幽明)에 길이달느니 오래머물것이업다』는 선생의 간곡한말슴에 충정을다하야 감사한을표하고 한번절한후에물너나오니 맑고도은은한 편경소리는 충신단사랑속으로서 악가드를와가티 히도 들녀왓다.
아! 충신단그윽한손에 기리잠자시는 란게선생! 五百年이하로가티 변함업시울니는 편경소리! 현세에 잇서서도 나는그리워라. -磯岩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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