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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eh1555-A 넌센스 紅白打鈴홍백타령 申不出 申銀鳳 노래朴芙蓉
(白) 흰 게 좋아.
(紅) 허, 붉은 게 좋대도 그리네 그려.
(白) 당치 않은 말이지. 흰 게 좋대도 그리거든. 붉은 것은 피를 토하는 것 같아서 싫여.
(紅) 이놈아, 흰 것은 죽은 놈 상판대기 같애서 싫단다.
(白) 원숭이 볼기짝 붉은 것도 자네는 귀염성인 줄 아나?
(紅) 도독괭이란 놈 수염이 하얀 것이 자네 아버지 닮은 줄은 아주 영 모르네 그려.
(白) 이 사람아, 매사는 결백이라니 흰 게 좋다네.
(紅) 동가면 홍상(同價紅裳)이라니1) 붉은 게 좋지, 무슨 소리야?
(白) 청산에 백운학(靑山白雲鶴)이라니, 운치스러운 것으로 보아도 흰 게 격(格)이지 어쩐 말이야.
(紅)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장엄한 맛이란 붉을수록 좋지, 무슨 소린가?
(白) 이 사람아, 백두산(白頭山)이라니 백이지.
(紅) 이 사람아, 적벽강(赤壁江)이라니 적이지.
(白) 백옥 같은 미인이라니 흰 게 좋지 않은가?
(紅) 허, 자식도 제기. 홍안장군(紅顔將軍)이라는 문자도 니가 못 들어 본 모냥이로구나.
(白) 아따 이놈아, 시뻘겋게 술 취한 놈 상파대기 보기 좋더라.
(紅) 분칠한다고 회빡을 뒤집어 쓴 년의 상파대기 보기 좋다.
(白) 인석아, 배 속은 흴수록 맛이 난단다.
(紅) 이놈아, 복송아 속이나 수박 속은 붉을수록 맛이 있단다.
(白) 글쎄 이놈아, 바둑을 두어도 잘 두는 사람이 흰 것을 가지는 법이다.
(紅) 허허 자식. 아 이놈아, 장기를 두어 보려무나. 노홍소청(老紅少靑)이라니 웃 사람일수록 이놈아 붉은 걸 가지는 법이야.
(白)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이라는 글은 못 보았구나.
(紅) 만록총중에 일점홍(萬綠叢中一點紅)이란 글자는 니가 보지도 못한 모양이지.
(白) 인석아, 치부책에 적자가 많이 나면 그놈의 집안은 망하는 법이다.
(紅) 사람이 죽으면 흰옷을 입는 법이니 이놈아, 흰옷만 입게 쯤 되면 그놈의 집안은 안 망하겠다.
(白) 집 세간에다 뻘건 딱지를 붙이게 쯤 되면 그놈의 집안이 빵구가 나는 법인데, 그래도 붉은 게 좋단 말인가?
(紅) 이놈아, 경제상으로만 보아도 말이야, 흰 것은 불경제(不經濟)니라. 생기는 돈은 없어가지고 요 모양에 흰 것만 좋아하다가는 그놈의 집 기둥뿌리가 천당을 가리킬 줄은 니리동동 눈이 나올란 모냥이로구나.
(白) 아 이놈이 사람 죽일 놈 아닌가?
(紅) 가만 있거라, 이놈아. 코 좀 감고 하자. 흥.
(白) 코를 감다니? 옳아, 코를 푼대서.
(紅) 카악.
(白) 인석아, 부삽침까지 뱉는구나.
(紅) 오라, 가래침이래서? 이놈 나도 잡놈이지만 너도 말 못할 녀석일다.
(女) 아유, 아유, 어쩌면 그렇게도 두 분께서 입심이 좋으세요?
(白) 아니, 알토란 씨 이게 웬 일이십니까?
(女) 아니, 사람이 곁에 서 있는 줄을 모르고 어쩌면 그렇게도 서로 우기십니까? 아니 그런데 백(白) 선생께서는 붉은 게라면 왜 그렇게도 질색을 하세요?
(白) 네, 어여 붉은 게라면 송곳니가 방석니가 되도록 이가 갈리는 걸요.
(女) 아니 그러면 백 선생께서는 붉은 게 그렇게도 싫으시면 어여쁜 처녀의 앵도 같은 입살이 희어야 되나요?
(白) 허허, 그야 붉어야 되지요.
(紅) 이놈아, 그여코 그렇댔지.
(女) 홍(紅) 선생 가만히 계세요.
(紅) 네.
(女) 아, 그런데 홍 선생께서는 흰 거라면 학질 앓는 놈, 아이 놈이라고 그래서 퍽 미안합니다 그려.
(白) 그까짓 놈은 그래도 관찮습니다. 염려 마시오.
(紅) 아서라, 더럽게 망한다. 어서 마저 깔기슈.
(女) 아니 그래 흰 것이 그렇게도 싫으시면 어여쁜 처녀가 빵끗 웃으려고 할 때 고 귀여운 입속으로 들여다 보이는 이빨이가 빨개야 좋은가요?
(白) 으흥, 어쩐 말이야. 너도 이놈아, 넓적한 떡이로구나.
(紅) 그러기에 말이야, 붉은 것은 붉어야 하고, 흴 것은 철두철미 희어야 된다는 말이다.
(박부용 창 노래가락)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을랑 허려니와
반 타고 꺼질 양이면 애초 타지를 말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타는 게 옳은지고
각주)-----------------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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